어떤 일이든 작정하고 덤비면 이루지 못할 것도 없을 테지만 사람들은 대개 여유를 부리거나 딴짓을 하면서 보내다가 이루지 못하는 쪽을 선택하곤 한다. 그렇다. 그건 정말로 본인의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나라고 크게 다를 리 없다.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노나니' 하는 식으로 한 시간이라도 더 젊었을 때 제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놀고 싶은 것이다.

 

어제는 제약회사 영업부서에 근무하는 친구를 만나 잠시 한담을 나누었다. 월말이면 수금 때문에 고생을 한다는 친구의 말에 '그렇겠구나' 수긍이 되었다. 돈이란 게 주는 사람이나 받으려고 하는 사람이나 매번 스트레스를 받게 마련이어서 미루고 미루다가 월말을 코앞에 둔 시점에 이르러서야 돈을 주거나 받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돈을 안 주고 하루를 더 갖고 있는다고 하여 제로 금리나 다름없는 요즘과 같은 시기에 큰 이득이 될 리 만무한데도 말이다. 경기가 어렵다 보니 미처 외상값을 마련하지 못하여 월말이면 자리를 피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라고 했다.

 

목표로 했던 수금 액수를 채우지 못하면 회사로부터의 압박이 만만치 않은 듯했다. 돈을 갚아야 하는 사람과 받아야 하는 사람이 월말을 지내고 나면 다시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만나게 될 테지만 월말이라는 시점에 그들에게 있었던 감정은 쉽게 풀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두고두고 감정이 쌓이다가 결국 어느 한 사람이 일을 그만두어야만 그 감정도 잊혀지거나 풀어질 문제였다.

 

친구와 헤어져 집에 온 것은 자정이 가까워오는 시각이었다. 뉴스는 신공항 예정지 발표로 시끄러운 듯했다. 신공항 예정지는 결국 가능성이 높다던 밀양도, 출신지가 같은 정치인들이 한 목소리로 유치를 원했던 가덕도도 아닌, 생각지도 못했던 김해공항으로 결정되었다. 다분히 정치적인 결정인 듯했다. 두 곳 중 어느 한 곳을 선택하는 순간 선정되지 않은 다른 지역의 사람들로부터 원망과 비난을 면키 어려웠을 테니 말이다. 영업사원이 거래처를 돌며 수금을 하는 것처럼 정부도 지역주민도 신공항 예정지 결정을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에는 둘 다 자리를 피한 꼴이 되고 말았다. 어차피 같은 나라에 살아야 할 사람들이니 그 감정의 앙금이 어찌 풀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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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2 21: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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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4 13: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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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4 13: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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