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요령은 없고 열정만 넘치는 사람을 만날라치면 연민보다는 짜증이 먼저 솟구친다. 그러고 보면 나의 성질머리도 결코 좋다고 할 수만은 없겠지만 일 하면 무조건 속도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요령부득의 사람은 일찌감치 열외의 대상이 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나도 사람보다는 일, 인성보다는 능력을 중시하는 대한민국의 못된 풍토에 어느 정도 중독이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마치 정의인 양, 그런 행동이 마치 정당하다는 듯 고개를 빳빳이 든 채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오늘 하늘은 정말 가을 하늘처럼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그동안 미세먼지다, 연무다 해서 늘 뿌옇고 흐릿한 하늘만 보다가 이렇게 맑은 하늘을 보니 그야말로 감개가 무량하다. 물론 때 이른 더위는 오늘도 예외가 아니지만 말이다. 오늘 새벽 산행길에서 본 밤나무는 꽃이 하얗게 피어 비릿한 밤꽃 냄새를 온 산에 뿜어내고 있었다. 바야흐로 생명이 무르익는 시기이다. 이처럼 좋은 계절에 국내 뉴스는 노상 어두운 소식만 쏟아내고 있다. 지하철 안전문을 수리하던 19살의 청년이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이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공시생이 아파트에서 투신하는 걸로도 모자라 지나가던 40대 가장을 덮쳐 두 사람 모두 사망했다는 소식, 남양주 지하철 공사 현장의 폭발 사고...
기업은 투자를 안하고 가계는 소비를 안하는 꽁꽁 얼어 붙은 국내 경제 상황에 다들 죽겠다고 난리인데 정치인들만 신이 난 모양새다. 그래서인지 너도 나도 정치판을 기웃댄다. 오죽하면 국내 정치를 떠나 외국에서 조용히 지내던 UN 사무총장마저 정치를 하겠다며 제 욕심을 한껏 드러내지 않았던가. 반면에 이런 꼴을 보다 못한 외국 언론들은 반총장의 무능과 반총장에 대한 한국인의 묻지마식 지지를 강하게 질타하는 보도를 연일 쏟아내고 말이다. 어쩌면 반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퇴임 후 낙향하여 조용히 지내는 게 그동안의 무능을 조금이나마 만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하늘은 더없이 맑고 푸르른데 대한민국의 미래는 오늘도 구름 많음이다. 어쩌면 내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