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나는 친노(親盧)입니다. 어쩌면 친노(親盧)일 수밖에 없는 운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의 전 생애에 걸쳐 특권층이 될 가능성은 아주 없거나, 설령 있다 하여도 매우 적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특권층을 대변하는, 특권층만을 위해 권력의 칼날을 휘두르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지지할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것입니다.
그러나 7년 전 오늘 노무현 대통령께서 서거하신 후 나는 더이상 친노(親盧)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고인이 되신 대통령님과 살아 생전 일면식도 없었던 사람이니 어쩌면 나는 애시당초 친노(親盧)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나는 대통령님이 서거하신 그날부터 대통령님을 그리워하는 사노(思盧)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니 그렇게 마음먹지 않아도 자연스레 그리 되었던 듯합니다.
대통령님의 고향 봉하마을에는 오늘 수많은 추모객들이 다녀간 듯합니다. 지난 주말 휴일부터 이미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었지요.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또는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당신의 참뜻을 부인하거나 당신을 그리워하는 많은 국민들을 '친노 패권'으로 매도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당신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더욱더 늘어나는 것만 같습니다. 세월이 갈수록 추모객의 발길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늘어만 간다는 게 그 사실을 반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도 이미 자신을 친노(親盧)가 아닌 사노(思盧)로 규정하였겠지요. 나처럼 말입니다.
하늘도 서러운지 내일은 비가 내린답니다. '바보 노무현'을 기억하는 많은 국민들도 덩달아 슬퍼질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