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나절 내내 비가 내렸다. 어젯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오늘 오전까지 이어졌다. 어제는 24절기의 여섯째 절기이자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穀雨)였으니 이 비가 백곡(穀)을 기름지게 하였으리라.
가볍게 내리는 봄비를 뚫고 아침 운동을 나섰었다. 아침이면 늘 하는 운동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비 오는 날의 등산은 어쩐지 가볍게 설렌다.
매번 그렇다.
가볍게 내리는 비였다. 우산에 듣는
빗소리가 투닥투닥 정다웠다. 생명을 키우는 비는 언제나 가볍고 경쾌하다. 그것은 빗줄기의 가늘고 굵음이나 강수의 많고 적음에 기인하지 않는다.
생명의 젖줄과도 같은 봄비가 만물을 보듬어 깨우고 나날이 자라도록 북돋우는 것인데 어찌 무겁거나 우울할 수 있으랴. 하여, 봄에 내리는 빗줄기는
생기가 넘친다. 비가 내리는 날의 참나무 밑동에 고인 흰 거품과 반쪽만 젖은 소나무 몸통도 오늘따라 유난한 듯
도드라졌다.
반면 가을비는 무겁고 우울하다. 새봄이 되기 전에 떠나갈 생명에 대한 애도의 느낌 때문이다.
그러므로 잠깐 내리는 가을비에도 무거운 바위를 어깨에 짊어진 듯 허리가 꺾이곤 한다. 그 애잔함에 울컥
눈물이 솟기도 하고.
연둣빛 잎새가 점차 초록의 물이 들고 있는 요즘, 오늘은 생명을 키우는 가벼운 봄비가 땅속 깊이
스며들고 허공에는 포릉포릉 참새가 날았다. 다들 생명을 키우는 일에 저토록 열심인데 저마다의 삶이 어찌 가벼울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