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아시다시피 오늘은 제56주년 4.19혁명 기념일입니다. 이승만 대통령과 그가 속했던 자유당 정권에 의해 자행된 독재정치가 주된 원인이었겠지만 1960년에 치러진 3.15 부정선거는 4.19혁명의 시발점이었습니다. 반세기도 더 지난 일입니다.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던 저로서는 특별한 감흥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젊은 사람들 또한 다르지 않겠지요.

 

그러나 우리가 2016년의 제56주년 4.19혁명 기념일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는 듯합니다.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던 4.19혁명에도 불구하고 1961년 박정희를 비롯한 군부세력에 의한 5.16군사쿠데타는 우리나라 국민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무참히 짓밟았습니다. 박정희 이후의 대한민국 근대사는 '지역주의와 반공 이데올로기'를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시기였습니다. 그것은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북한 사람들에게 세뇌시킨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세뇌란 참으로 무서운 것이어서 자신의 머릿속에서 좀체 지울 수 없는 것이지요.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는 김재규에 의해 살해되었지만 그의 망령도 함께 사라졌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가 심어 놓은 '지역주의와 반공 이데올로기'는 선거때마다 유령처럼 떠돌며 박정희 아바타를 만들어 왔던 것입니다. 김영삼 정권 이후 야당 대통령이 두 번이나 나왔지만 그때도 여전히 박정희의 망령은 건재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도 어쩌면 박정희 망령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던 것이 2016년 4월 13일 박정희 망령과도 같은 '지역주의와 반공 이데올로기'에 금이 가는 것을 온 국민이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제2의 4.19혁명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피를 흘리지 않고 혁명에 성공했던 영국의 명예혁명에 버금가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현 정부를 끝으로 우리들 곁에서 맴돌던 박정희의 망령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닌 듯 보입니다. 국가의 발전은 진보와 보수가 균형을 이루었을 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좌, 우 균형을 이루기는커녕 보수의 아이콘이 덧씌운 망령에 의해 그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좀비처럼 살아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건전한 보수세력을 키워 진정한 좌,우의 균형을 맞출 때가 도래한 것입니다. 지금 이대로라면 박정희 망령의 사라짐과 함께 보수세력의 몰락도 함께 진행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 나라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건전하고 합리적인 보수세력의 성장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것이 곧 우리나라의 번영을 이루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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