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탄성이 좋은 공처럼 가볍게 튀어오를 뿐 어디로 갈지 방향을 일러주지는 않는다. 하기야 봄이 이렇게 날아오르지 못했더라면 변덕스러운
날씨에 발이 묶여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겠지만 말이다. 하루가 다르게 무게를 줄여가는 봄의 도약과 헤살헤살 풀어지는 봄볕,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감탄과 희열. 무작정 달려나가는 어린애처럼 하루는 도무지 길어만 간다.
아침에 산을 오르는데 환하게 핀 싸리꽃을 보았다. 좁쌀만 한 꽃잎이 정오각형 모양으로 일정하다. 한 어미의 자식도 오롱이조롱이라는데 제
스스로 제각각 피어나면서도 어쩌면 저리도 같을 수 있단 말인가. 기계로 찍어낸 듯 일정한 꽃이 작은 가지에 조롱조롱 매달려 있다. 마치 눈이
내린 듯, 튀밥을 얹은 듯 눈부시다. 뻐꾸기 우는 산에는 머지 않아 찔레꽃도 피고 밤꽃 냄새가 진동할 것이다. 봄은 그렇게 여름 속으로 조용히
스며들 것이다.
미세먼지 때문에 어제 하루 아침운동을 쉬었더니 산을 오르는 걸음이 무거웠다. 호흡도 조금 가빠진 듯하고 어깨에 걸린 게으름이 걸을 때마다
삐걱대었다. 며칠 있으면 무고한 아이들을 가슴에 묻어야만 했던 세월호 2주기이다. 이 봄 팔랑팔랑 날리는 벚꽃잎보다도, 저 환하게 핀
싸리꽃보다도 더 가벼웠을 젊음이건만... 가슴이 아린 4월에 개 돼지만도 못한 인간의 소식을 들었다. 단돈 2만원에 인간의 양심을 팔았던
사람들. 어버이연합은 세월호 반대집회에 탈북자들을 동원하고 그들에게 고작 2만원을 지급했다고 한다. 돈을 준 작자들이나 그걸 받고 집회에 나간
잡것들이나 인간이기를 포기한, 도저히 인간이라고 말할 수 없는 개XX들이 아닌가. 나는 정말이지 그들의 앞날에 불행만 가득하기를 하느님께 빌고
또 빌었다.
꽃은 또 피고 지는데 인간 같지 않은 인간들이 득시글거리는 지옥과 같은 나라에 내일은 또 총선이라고 선거 유세 차량의 확성기에선 하루 종일
악다구니가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