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숲에는 차츰 초록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계곡의 은사시나무도, 등산로 주변의 찔레넝쿨도, 그리고 땅위의 애기똥풀과 뱀딸기도 저마다의 때가 되었음을 어찌 알았는지 초록의 잎을 내밀고 싱그러운 봄햇살을 즐깁니다. 생각에 잠겨 등산로를 걷고 있노라면 심심하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두고 연분홍 진달래꽃을 만나기도 합니다. 양지쪽의 좁쌀만큼 돋아난 싸리순과 이제 막 개화를 준비하는 흰 싸리꽃의 빼꼼한 외출도 그저 반갑습니다.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겨우내 목청을 가다듬은 새들의 합창 또한 산을 오르는 즐거움입니다.
산벚나무의 흐드러진 개화는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양지쪽의 참나무 잎이 뾰족뾰족 고개를 내미는 걸 보면 산벚나무 꽃길을 걸을 날도 그리 멀지는 않아 보입니다. 정치 모리배들의 사익 추구 현장으로 변한 이전투구의 선거판과 그것을 전하는 온갖 뉴스에 아주 신물이 난 탓인지 저는 요즘 아예 뉴스를 멀리하고 지냅니다. 오죽하면 점심도 시내에서 벗어난 한적한 식당을 찾아 해결하고 있습니다.
국민들로 하여금 지금처럼 정치 혐오증을 심어준 적도 없는 듯합니다. 진박, 비박으로 나뉘어 조폭의 세력다툼처럼 싸우던 새누리당이나 다 늙은 노인이 국회의원 한 번 더하겠다고 비례대표 2번에 배치하는 더 민주당이나 공천 갈등으로 당사에서 멱살잡이를 하던 국민의당이나 다 그놈이 그놈이라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게 만들더군요. 저는 이제부터 투표는 아예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말이지요. 차라리 그 시간에 낮잠이나 한숨 잘 생각입니다. 이런 제 생각을 선배에게 말했더니 그러더군요. 무책임한 게 아니냐고 말이지요.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제가 아니어도 세상은 잘만 굴러갈 텐데요. 우리나라 정치는 정말이지 도를 넘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요즘입니다. 저만 그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