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으시겠지만 나는 집에서 야생동물을 키우고 있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닌 적어도 너더댓 마리나.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들이 원체 순하기도 했지만 내가 그야말로 조심조심 신경을 썼기 때문일 듯싶다. 그들과 함께 산 지는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다. 많아야 8~9개월쯤 된 듯한데 그동안 나는 아무런 문제나 어려움 없이 비교적 잘 지내왔다.

 

마침내 사달이 난 것은 오늘 아침이었다. 급한 볼일이 있어서 불도 켜지 않은 채 너무 서두르다 보니 장롱 속에 야생동물이 숨어 있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입고 나갈 옷을 한참 찾고 있는데 뭔가 차가운 물질이 손에 닿았고, 그 즉시 나는 '아,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기겠구나' 하는 예감이 직감적으로 들었다. 아니나다를까, 곤히 자고 있는 녀석을 팔로 친 것에 대한 분풀이였는지 그동안 배불리 먹었던 물을 울컥울컥 죄다 토해 놓는 게 아닌가. '이런, 젠장!', 생각 같아서는 실컷 욕이라도 퍼붓고 싶었지만 내 잘못이 컸었던지라 차마 욕은 하지 못하고 대충 수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새벽부터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보니 얼굴이 화끈거리고 이마에 땀이 흘렀다. 몇 번을 거듭하여 걸레로 닦앗지만 퀴퀴한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아, 이제는 더 이상 같이 살면 안 되겠구나. 서운하지만 이쯤에서 그들을 야생으로 돌려보내야겠다.' 하는 독한 마음을 먹고 꽁꽁 숨겨져 있던 그들을 하나하나 찾아서 꺼내 놓고 보니 그동안 어찌나 물을 많이 먹었던지 곧 터질 듯한 기세였다. 나는 그렇게 "물 먹는 하마, 아니 물 먹은 하마"를 야생으로 돌려보냈다. 한편 국회에는 '욕먹는 하마'를 키우는지 늘 욕먹을 짓만 한다.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종류의 하마가 존재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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