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생각했는데도 아무런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 문제와 종종 마주치게 된다. 그럴 때 나는 다른 문제에 서서히 빠져들거나 아예 생각의 끈을 싹둑 잘라버림으로써 그 문제와 영원히 결별하곤 한다. 돌이켜 보면 내가 한동안 고민하던 문제는 비록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동고동락 하면서 꽤 친밀한 관계를 형성했던 바 도마뱀이 제 꼬리를 자른 채 달아나는 것처럼 그렇게 내팽개치는 것은 좀 무책임하지 않은가 생각할 때가 많다.

 

얼마 전에는 이따금 마주치는 이웃집 꼬마가 "아저씨, 꿈이 뭐예요?" 묻길래 나는 내가 되고 싶은 게 뭐냐고 묻는 줄 알고 '꼬맹이가 맹랑하기도 하지' 속으로 생각하면서 "글쎄..." 하고 얼버무리는데, 시간을 두지 않고 재차 묻기를, "유치원 선생님이 오늘 나한테 꿈이 뭐냐고 물었는데 대답을 못했어요. 난 꿈이 뭔지 모르겠어요." 하는 게 아닌가. 가만히 보니 아이는 어른들이 말하는 꿈이란 게 도대체 뭔지 알지 못하는 듯했다. 나는 어찌 대답해야 할까 곰곰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꿈이란 건 말이야,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이렇게 되었으면 하고 간절하게 바라는 것이란다. 사람들은 누구나 그런 꿈을 한두 가지씩은 갖고 있게 마련이지. 꿈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내가 알기론 아마 없을 것 같구나." 했더니,

 

"꿈이 있어도 그렇게 되지 않는 것도 많잖아요?" 묻길래,

 

"물론 그럴 수도 있지. 어떤 사람이 끝내 이루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났다면 그런 꿈은 저 하늘로 올라가 한동안 머물다가 어느 날 너와 같은 어린 아이의 가슴에 뚝 하고 떨어져서 점점 자라다가 끝내는 그아이의 손에 의해 이루어지게 되는 거란다. 그러니까 너도 네가 가진 꿈을 이루지 못할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단다. 네가 못 이룬 꿈은 언젠가 다른 사람의 손으로 꼭 이루어지게 마련이니까 말이다." 하고 말했다.

 

아이는 알았다는 듯 몇 번 고개를 끄덕이고는 제법 의젓한 자세로 꾸벅 인사를 한 후 사라졌다. 내가 줄곧 생각했었지만 어느 순간 단번에 내팽개친 그 문제들은 마치 광활한 우주를 정처없이 떠도는 우주 미아가 된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비록 해결책은 찾지 못햇다 할지라도 조금 더 생각하며 가슴 한편에 오래도록 지니고 있어야 했던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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