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하고 싶은 말
김수민 지음, 정마린 그림 / 쌤앤파커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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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아, 여기가 분기점이로구나'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요즘 나오는 신간 도서를 보며 문득 들었던 생각이다. 주어지는 하루하루를 즐기며 '살아가기'보다는 그저 '살아내기'에 급급한 까닭에 시대의 흐름을 읽기는커녕 걸려 오는 카톡 문자도 미처 다 읽지 못하는 처지이고 보니 시대의 흐름을 읽는다는 건 여유있는 사람의 사치쯤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가게 된 데에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것보다 심리적 여유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일 터, 올 한 해는 뭔가 다른 방식의 삶을 도모해야겠다는 생각도 드는 게 사실이다.

 

신간 도서와 시대의 흐름, 뜬금없다고 생각하는 분이 혹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상당한 정도의 상관관계가 있지 않나 싶다. 책도 일종의 상품이고 보니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어느 시점의 신간도서나 베스트 셀러를 살펴 보면 그 시절의 경제 상황과 유행을 책만큼 잘 드러내는 것도 드물겠다 싶을 정도로 시대의 흐름을 잘 반영한다는 걸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수치상으로 정밀하게 분석하고 통계를 내본 것은 아니지만 꽤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 중 한 사람으로서 아마 그럴 것이다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겠다.

 

2015년에는 유독 다양한 분야의 신인들이 대거 등장했던 해인 듯하다. 자비를 들여 책을 내는 사람도 많았고, 그동안 SNS에서 유명세를 타던 많은 사람들이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책을 내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종류의 책을 그닥 선호하지 않는 나로서도 어쩌다 보니 줄잡아 대여섯 권은 읽었지 싶다. 출판계의 불황을 감안하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몇몇 유명 작가의 작품이 아니면 몇 권 팔아보지도 못한 채 창고행을 각오해야 하는 게 작금의 현실인지라 정규 코스를 밟아 등단한 신인 작가의 작품을 출판하느니 차라리 SNS의 유명인이 쓴 작품을 출판하는 게 오히려 광고비도 적게 들고 위험성도 적을지 모른다.

 

김수민의 <너에게 하고 싶은 말>도 그런 책이다. 저자는 '피아노 전공을 목표로 음대 진학을 꿈꿨지만 실패한 후', 지금은 페이스북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을 운영하며 '하루에도 수십 명에 이르는 사람들에게 사랑, 이별, 우정, 학업, 진로 등과 관련한 상담을 해주고 있다'고 한다.

 

"SNS를 통해서 수천 명의 연애 상담을 했어요. 연애를 하면서 배웠던 것, 나는 이러지 못했지만 이렇게 하면 좋겠다는 것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연애 상담을 꺼리기 시작했습니다. 연애에 대한 조언은 무의미하거든요. 나도 그랬고, 상대도 그랬듯이, 결국 옆에서 백날 좋은 말 해줘도, 결국엔 우리 마음대로 행동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오히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합니다. 그것도 하나의 선택이니까요. 해보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후회되는 인생은 없답니다." (p.44)

 

대체로 이런 식이다. 저자의 글과 정마린의 삽화가 책 전체를 채우고 있다. SNS의 특성상 정곡을 찌르는 짧고 간결한 말이 주가 되겠지만 때로는 연인들에게나 어울릴 만한 달달한 말은 왠지 모르게 닭살이 돋고 손발이 오그라들게 만는다. 내가 구식이라서 그런 모양이다. 요즘 젊은이들이야 사랑은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어떤 것이겠지만 나처럼 구식의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들에게 사랑은 표현조차 아까워 꽁꽁 숨겨두어야 하는 어떤 것일 때가 많다. 그러니 사랑한다는 말이 넘쳐나는 요즘 세태를 보면 나는 문득 '사랑 모르고 오용 말고, 사랑 좋다고 남용 말자.'라는 말을 불쑥 내뱉고 싶어지는 것이다.

 

"어떤 사랑을 하든 거리보다는 사랑에 대한 믿음과 한결같은 마음과 그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p.52)

 

책에는 사랑 말고도 다양한 주제의 경구나 잠언과 같은 글들이 실려 있다. 우정이나 이별, 돈과 명예, 인생과 성공 등 흔하지만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 알듯 말듯 모호하여 미처 정리되지 않았던 것들이 저자의 명쾌한 말 한 마디에 속이 다 후련해지는 느낌이 든다. 하루 5만여 건의 '좋아요'를 기록했던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방법만 찾지 말고 과거보다 더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세요. 오늘을 어제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p.197)

 

2016년도 벌써 두 달이 지나고 있는 현재, 나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일어나고, 평상시와 다름없이 아침을 먹고, 몇 년 전이나 어제처럼 책을 읽었다. 행복이란 어제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오늘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꿈이 마냥 크기만 했던 청소년기나 사회 초년생이었을 때는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와 같은 말이 내 인생 최대의 금언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나는 이제 젊은이들에게 그렇게 말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꾸준히 책을 읽고, 꾸준히 간절함을 키워라' 당부하고 싶다. 간절함은 독서와 사색을 자양분으로 한다. 그리고 꿈은 간절함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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