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국회의원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랭크되는 걸 본 적은 있지만 오늘처럼 하루 종일 붙박이로 랭크되는 건 처음 보는 듯하다. 그것도 '필리버스터(Filibuster)'라는 낯선 용어와 함께. 게다가 '테러방지법'과 '국회방송' 등 평상시라면 실시간 검색어 상위는 고사하고 국민들의 관심권에서 한참이나 멀었을 듯한 단어들이 상위를 차지했다. 물론 '테러방지법'의 직권상정을 반대하는 야당 국회의원들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이고 보니 다 같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정말 모처럼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와 응원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은 좋다.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른 은수미 국회의원은 여자의 몸으로 장장 10시간 18분 동안 단상에서 내려오지 않은 채 필리버스터를 이어갔다고 하니 놀랍기 그지없다. 이것은 1969년 6선의 고 박한상 의원이 3선 개헌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했던 10시간 15분 기록을 깬 것으로서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이라고 했다. SNS에는 은수미 의원을 격려하는 글이 쇄도했다.
이렇게 열정적으로 의정활동을 하는 국회의원의 모습을 보았던 게 언제 적인지... 물론 은수미 의원에게 삿대질을 하고 막말을 하는 등 그동안 보여왔던 저질 국회의원의 모습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니다. 어디나 그런 미친 X은 항상 있게 마련이니까. 수억 명의 데이터 안전과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위험한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 FBI의 요구를 과감히 거절한 애플의 최고 경영자 팀 쿡의 용기에서 보듯 국가의 안보를 빌미로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하나 둘 양보하다 보면 결국 국가는 '빅 브라더'가 되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게 된다는 걸 팀 쿡은 잘 알고 잇었던 것이다. '테러방지법'도 그런 것이다.
어쩌면 필리버스터에 참여했던 모든 의원들의 헌신이 정부와 여당에 의해 수포로 돌아갈지도 모르지만 국민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던 그들의 열정은 국민들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