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자선단체인 영국의 자선지원재단(CAF)은 해마다 '세계기부지수(WGI : World Giving Index)'를 발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모른다구요? 제 생각이지만 처음으로 들어보셨다는 분도 꽤 있을 것입니다. 이 단체에서 발표하는 기부지수는 한 나라의 국민이
1년간 자선단체에 기부한 금액, 자원봉사단체에서 활동한 시간, 낯선 사람을 도운 횟수 등 3개 항목을 평가해 100점 만점 기준으로 매겨지는데
2015년에는 66점을 받은 미얀마가 1위를 차지했다고 하더군요. 놀라운 것은 전 국민의 92%가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네요.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세계 몇 위쯤 될까요? 2013년에는 45위였던 것이 2014년에는 60위, 올해는 조사대상 세계 145개국 중
64위로 점점 추락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게다가 기부지수는 100점 만점에 35점으로 기부에 참여했다는 응답은 34%, 봉사에 참여했다는 응답은
21%, 모르는 사람을 도왔다는 응답은 50%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래도 대단하다구요? 그러나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GDO 규모로
따져봐도 세계 10위 수준인 대한민국이 남을 돕는 데는 이렇게 인색할 수가 있는가 말입니다.
어제 뉴스에서는 관악구의 한 고시원에서 생활하던 20대 여성이 숨진 지 보름 만에 발견되었다고 하더군요. 프리랜서 언어치료사였던 그녀는
월세도 제대로 못 낼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렸다는군요. 저는 그 소식을 듣고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6,70대의 노인이 죽었다고 해도 마음이
아팠을 텐데 이제 겨우 20대의 꽃다운 나이 아닙니까. 게다가 관악구 신림동에서 19살의 서울대생이 세상을 비관하는 유서를 SNS에 남기고
자살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제가 별 관심도 없을 듯한 내용의 글을 이렇게 장황하게 쓰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과연 대한민국의 인정이 이렇게 각박해지고 기부
금액으로 봐도 세계 최저가 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세제혜택이나 기부금 사용의 불투명성 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요.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이
기부를 꺼리는 가장 큰 원인은 대한민국이 돈 없이 살기에는 전 세계 어떤 나라보다 위험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돈에 관한한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위험국가인 셈이지요. 국민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구요. 그것은 복지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그런 까닭에 어느 부모라도 돈이
생기면 자식에게 물려줄 생각부터 하지 남을 돕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듯합니다.
단 한번만 실수를 해도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주변 곳곳에서 보는데, 게다가 가족이 아니면 그 누구도 나를 돌보지 않는데
나부터라도 돈이 생기면 꽁꽁 쟁여둘 생각부터 하지 누구를 돕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국민 누구나 '내가 어렵게 되더라도
국가나 이웃이 나를 돌봐줄 것이다.'라는 생각이 없으면 기부문화는 있을 수 없는 것이지요.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면 언제든 잘 살 수 있다는
원칙이 살아있고, 그것을 직접 목격할 수 있는 나라에서는 기부문화가 활성화 될 수도 있겠지요. 국민 의식의 저변에 가장 기본적인 그 두 가지가
없는데 기부인들 가능하겠습니까. 기부금에 대한 세제혜택보다는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확신, 원칙이 살아있는 나라, 편법과 비리가 발 붙일 수
없는 나라를 만들면 기부는 자연스레 늘어날 것입니다. 금수저, 흙수저 논리는 현재 대한민국의 민낯이며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을 절망 속으로 인도하는
가장 큰 아젠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허구는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명제. 그게 슬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