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집을 나서는데 경비아저씨가 청소를 하고 있었다. 가을은 이래저래 청소와 연관된 사람들이 수난을 겪는 계절이다. 청소를 하고 돌아서기 무섭게 금세 새로운 낙엽으로 뒤덮이니 말이다. 낙엽이 시간에 맞춰 떨어질 리도 만무하고, 쌓여가는 낙엽을 보면서도 청소를 무작정 미룰 수도 없는 일이니 참으로 난감할 밖에. 열심히 비질을 하던 아저씨는 잊었던 것이라도 문득 생각 난 듯 하던 일을 갑자기 멈추고 감나무 끝을 쳐다보았다. 몇 개 남지 않은 감나무 이파리가 바람에 팔랑팔랑 춤을 추고 있었다. 아저씨는 손에 들린 대가 긴 빗자루를 이용하여 감나무 잎을 떨어뜨리려나 보았다. 손에 들린 빗자루를 길게 뻗었는데도 거리가 조금 부족했던지 까치발까지 세운 채 말이다. 그러나 우듬지에 단단히 매어달린 이파리는 팔랑팔랑 춤을 출 뿐 좀체 떨어지지 않았다. 할 일 바쁜 아저씨를 놀리기라도 하려는 듯 말이다. 몇 번을 그렇게 헛손질을 하던 아저씨는 제 풀에 지쳤는지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공연히 헛심만 쓴 꼴이었다.

 

오늘 아침에는 눈이 내렸다. 올 겨울 들어 처음 보는 눈이었다. 아저씨는 여전히 비를 들고 계셨다. 나뭇가지에는 소복소복 눈이 쌓이고 바닥에 떨어진 눈송이는 금세 녹아버렸다. 내 인사를 듣지 못했었는지 아저씨는 초점 없는 시선으로 눈 내리는 풍경에 빠져 있었다. 어느 젊은 날의 첫사랑이라도 추억하는지 얼굴에는 은은한 미소마저 어려있었다. 볼에 와 닿는 쌀쌀한 바람도 아저씨를 그 하염없는 추억의 늪에서 건져내지 못했다.

 

어제와는 새삼 달라진 오늘. 사람들은 어제보다 십 분쯤 더 여유로워졌고, 그리움이 한 뼘쯤 더 깊어졌고, 세상은 얼었던 마음들이 1킬로그램쯤 녹아내렸고, 떨어진 낙엽만큼 하늘은 조금 넓어졌다. 어제와는 달라진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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