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으로부터 쉽게 밀려나는 것은 몸이 아니라 관념이다. 세월을 거스를 수 없는 우리의 몸은 '늙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결국 보이지도 않는 화물칸에 짐짝처럼 실리게 되겠지만, 그보다 훨씬 앞선 시기에 당신의 켸켸묵은 생각이나 고루한 사고가 젊은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한 번 습득된 도덕 관념이나 사고 체계는 이러한 비난이나 따돌림에도 불구하고 좀체 바뀌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이른 나이에 '꼰대' 취급을 받는다. 그것이 지금 유행하는 젊은 사람들의 사고 체계로부터 멀리 벗어났음을 알려주는 하나의 지표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어쩌면 하도 단단하여 바꿀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제는 도저히 젊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겠구나 판단되는 시점에 이르면 자신이 마치 어떤 유혹이나 협박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살만 루시디와 같은 인물인 양 착각하거나 자신만이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하는 애국주의자 혹은 유일한 보수주의자인 양 거들먹거리곤 한다. 그런 모습은 천박하다기보다는 짠하고 안쓰럽다. 그들은 자신의 추락한 자존심을 붙들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그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오늘 김제동의 1인 시위를 비난하는 윤 모 만화가를 보면서 문득 들었던 생각이다. 나이도 그리 많지 않은데 참 불쌍하지 않은가. 예전에 했던 이 사람의 행적을 보면 가관도 아니다. 노출이 심한 슬립 원피스를 입은 소녀들이 엎드려 과거시험을 보면서 화선지에는 '지지지...'라는 글이 적혀 있고 '숙녀시대 새해맞이 단체로 떡치는 사진'이라고 했다나 뭐라나. 그는 성적인 표현만이 젊은 사람들과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통로인 양 믿었을 게다. 내 판단에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인해 대한민국은 얻은 게 하나도 없고 경제, 문화, 교육 등 모든 면에서 손실만 있었고 앞으로의 손실은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득을 본 사람은 (윤 모 만화가를 포함한)우둔한 국민들을 이용해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정치인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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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5 18: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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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6 15: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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