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해외에 사는 지인들로부터 걸려 온 안부전화를 여러 통 받았습니다. 저는 마치 임종 직전의 환자가 되어 그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들 속보로 타전된 한반도 소식에 매우 놀란 눈치였습니다. 게다가 남과 북이 수십 발의 포격을 주고 받는 등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뉴스 보도는 조국을 떠나 타지에서 떠도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한껏 자극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아직까지는 생명에 지장이 없으며 생수와 비상식량 등을 넉넉히 준비했으니 염려할 것 없다고 농담 삼아 말했더니 막 화를
내더군요. 지금 그런 농담할 때냐고 말이지요. 사실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곤 그게 다인데 말입니다. 마음이라도
여유있는 척 해야지 그들도 덜 불안하고 저도 터져나오려는 분노를 조금은 억누를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 전화 중에서 단연 압권이었던 건 프랑스에서 걸려 온 후배의 전화였습니다. 현 정권이 들어서던 해에 이 나라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며
처자식을 데리고 이민을 결행한 후배였습니다. 후배는 저에게 다짜고짜 화를 내며 그때(이민을 가던 때) 내가 뭐라 그랬느냐, 희망이 없으니 선배도
떠나는 게 낫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마치 채권자가 이자도 내지 않는 채무자를 닥달하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저 망연히 듣고만
있었습니다.
이제 북한의 김정은이 제시한 마감 시간이 멀지 않았군요. 이 글을 읽는 분 모두가 무사하시길. 그리고 한반도의 두 지도자에게 저주가
내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