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앞둔 시점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이런 말을 들으면 가끔 온 몸의 기운이 한꺼번에 빠져나간다. 마치 내 몸의 어느 부분에 수채구멍처럼 에너지만 배출되는 특별한 통로가 있어서 듣기 싫은 말만 들으면 곧바로 그 통로가 열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현 정권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직자의 지나친 부도덕성(또는 탈법성)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는 엄격한 준법정신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줄곧 들었다.(나만 그런가? 그럴지도...) 예컨대 공직자의 기강을 내세우면서 비서실이 작성한 문건을 두고 찌라시라고 한다거나, 국정원의 간첩조작 사건은 눈감아주겠다는 식으로 함구한다거나, 국정원이나 군 기무사의 댓글 공작을 통한 선거 개입에도 도움 받은 게 없다고 말하는 식이다. 그럼에도 개인의 사소한 잘못에는 가차없이 법의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이다.

 

요즘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국정원 감청 의혹 사건만 해도 그렇다. 해킹 프로그램 구입을 대행했던 기업의 대표는 야당의 출국 금지 요구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기업의 대표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유유히 출국했다. 뿐만 아니라 해킹 프로그램을 운용했던 국정원 간부는 컴퓨터 파일을 삭제한 채 자살했다. 웃기는 건 그가 마지막으로 탔던 마티즈 승용차의 진위여부였다. ccTV에 찍힌 번호판은 흰색으로 보이는데 왜 녹색 번호판을 달고 있느냐 하는 의문에 대한 네티즌의 문제 제기. 정부는 처음에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그냥 믿으라고 햇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 만일 그게 가능하다면 정부의 말대로 따라야 하는가?

 

정부의 탈법이나 불법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사과의 말도, 그렇다고 책임자에 대한 어떠한 처벌도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국민들은 그저 정부를 믿으라는 강요, 이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이다. 이제는 국민들의 머릿속까지 통제하겠다는 것인지, 믿으라고 명령하면 믿어지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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