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청산'을 기치로 내걸었던 국무총리가 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자신의 직책을 스스로 내려놓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분은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나는 갑자기 나른해졌습니다. 때아닌 춘곤증이 마구 밀려오는 듯했어요.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했던 건 물론 어젯밤이었지만 내가 그 소식을 접했던 건 아침이었지요. 하여, 내가 그런 나른한 느낌을 가졌던 것도 물론 아침 무렵이었구요. 상황에도 맞지 않는 그런 생뚱맞은 느낌이 들었던 건지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예컨대 화가 난다거나, 분노를 느꼈다거나, 차라리 잘 되었다 안도하거나, 안타깝다거나, 그도 저도 아니면 국정 공백이 우려된다거나 뭐 그런 느낌이 들었어야 할 텐데 나는 왜 뜬금없이 나른함을 느꼈을 까요? 내 마음을 다른 누군가에게 묻는 것도 이상하기는 합니다만. 금방이라도 풀썩 다리가 꺾일 것처럼 온 몸에 기운이 빠지고 나른한 피곤이 몰려왔던 것이지요.

 

어젯밤에 잠을 못자서 그런 게 아니냐구요? 물론 아닙니다. 19금 답변입니다만 주말부부로 지내는 나로서는 평일날 잠을 못 잘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지요. 아, 간혹 밤이 늦도록 책을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웬 잘난 체냐구요? 또 대답이 그렇게 되는군요. 가물에 콩 나듯 아주 가끔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아침 뉴스에서 국무총리가 어젯밤 사퇴 표명을 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하루를 알차게 보내야지, 다짐했던 마음은 눈 녹듯 사라지고 아침부터 나른한 피곤을 두 눈에 걸게 되었지요.

 

아무튼 이번 정권에 들어서 총리의 수난사는 끝이 없는 것 같군요. 그 무한반복의 권태가 나로 하여금 나른함을 느끼게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영원회귀의 시간처럼 말입니다. 갑자기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떠오르는군요. "영원한 시간은 원형을 이루고, 그 안에서 우주와 인생은 영원히 되풀이된다.'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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