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세상을 하나로 엮어 크고 더욱 깊어진 슬픔으로 우리를 이끌다가 질식할 듯한 심연의 슬픔에 이르게 합니다. 공유된 슬픔은 바람에 증발하지 않는 법, 힘겹고 느린 시간을 견디다가 오늘에서야 비로소 길고 긴 울음으로 토해내는 듯합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아침운동을 나섰습니다.

계절의 변화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세월호 참사 1주기입니다. 등산로 초입부터 들리던 까치 울음 소리도 오늘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낙엽 밟히는 소리만 새벽의 정적을 깨우고 있었지요. 우리는 종종 슬픔으로 하나되는 슬픔의 연대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우리의 연대를 마뜩잖아 하는 힘센 자들의 압제 때문만은 아닐 터, 저 벚꽃이 힘없이 지는 것처럼 산 자와 죽은 자를 가름하는 팽목항 그 언저리의 어둠이 아릿한 슬픔으로 번져옵니다.

 

싸리꽃이 하얗게 피었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봄인 양 환하게 말입니다. 봄비가 예보된 아침 하늘은 여전히 맑았습니다. 공유된 슬픔은 증발하지 않는 것을 알기에 싸리꽃 환한 아침의 숲을 아이들 웃음인 양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정녕 기억된 슬픔을 되살리고 있는 것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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