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유난히 글이 잘 써지는 날이 있다. 미리 구상한 것도 아닌데 술술 풀려나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남에게 내놓고 자랑할 만큼 멋진 글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런 날 나는 그날 있었던 일을 곰곰 되짚어 보게 된다. 좋은 꿈을
꾸었다거나, 뜻하지 않은 횡재가 있었다거나, 난데없는 칭찬을 들었다거나 뭔가 다른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다
할 공통점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여느 날보다 기분이 좋았던 것도 아니고, 책을 더 열심히 읽었던 것도 아닌데 미리 준비된 원고처럼 글이 쉽게 쓰이는 걸 보면 도통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쓰인 글에는 여지없이 많은 댓글이 달린다. 물론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읽으면 초등학생 수준의
글로 비춰질 게 뻔하지만 말이다. 그런가 하면 또 어떤 날은 정말 고심하여 리뷰를 쓰는 경우도 있다. 몇 번씩이나 글을 수정하고 반복하여
읽어본 후 괜찮다 싶어 올린 글임에도 불구하고 평가는 냉담할 때가 있다. 어떤 칭찬이나 대가를 바라고 글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때면 어쩔
수 없이 어깨가 처지고 풀이 죽는다.
나에게 뭔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의심도 해보지만 딱히 이렇다 할 만한 게 없다. 기껏해야 짧은 리뷰나 일상에서 벌어지는 잡담 수준의
글을 쓰면서 이런 고민을 하는 것도 우습기 짝이 없는 노릇이지만 말이다. 수정이나 퇴고도 없이 단숨에 써내려간 글에 댓글이 달리는 걸 보면
나름 신기할 때가 더러 있다. 모르긴 몰라도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은 보이지 않는 어떤 끈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다.
모임도 잦고 밀린 일도 많다 보니 요즘은 이웃 블로거의 글도 읽어볼 시간이 없다. 미안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