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첫눈인가 봅니다. 아닐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저는 올해 들어 처음 보는 눈이니 제게는 첫눈인 것입니다. 부유하는 눈송이들은 지구의 중력과는 무관한 듯 그저 가볍습니다.
오늘 아침, 여느 날처럼 어둠에 싸인 산을 올랐을 때 저는 내심 눈 덮인 산길을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바람만 거셀 뿐 눈은 내리지 않더군요. 어제 내린 비로 낙엽이 쌓인 등산로는 조금 질척거렸고 미끄러웠습니다. 밤새 불었던 바람은 마른 가지를 부러트려 등산로 여기저기에 흩어 놓았고, 어둠에 익숙지 않은 나의 발부리에 차여 둔탁한 소리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운동을 마치고 산을 내려오는 길에 비인지 진눈깨비인지 잠시 흩뿌렸습니다. 오늘의 날씨에 지레 겁을 먹은 등산객들은 집에서 나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유난히 인적이 드물었던 오늘의 등산로에는 바람 소리만 가득했습니다. 어둠은 끝내 걷히지 않았고, 그 어둠 속에서 젖은 낙엽들만 밟혔습니다.
빗줄기로 시작된 오늘의 눈은 소나무 위에 슬몃 얹혀 12월의 첫날을 기억하게 합니다. 지금 밖에는 부유하듯 눈발이 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