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함'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나 개념은 너무나 작고 편협한 것이어서 우리는 이따금 상대방의 해명이나 망설임을 미처 눈치채지 못한 채 너무도 쉽게 판단을 내리고 이내 굵은 실선을 긋고 말지요. 이쪽은 내 편, 저쪽은 네편. 그 선의 폭은 어찌나 넓고 또 깊은 것인지요. 다시는 건널 수 없는 '레테의 강'처럼 말입니다. 그렇게 선을 긋고 편을 갈랐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나는 이따금 하늘을 우러르며 '마음의 편지'를 쓰곤 합니다. 미안했다고. 내 그릇이 그것밖에 되지 못했다고.

 

육신의 상처는 저리도 쉽게 아물고, 세월에 따라 고통도 금세 잊혀지건만 한번 새긴 마음의 생채기는 어찌도 그리 오래 가는지요. 인생에서 후회로 남는 부분은 바로 그런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신의 잘못도, 그렇다고 전적으로 내 잘못이었다고 말할 수도 없는... 부조리한 삶의 일부분이라고 덮어 두기에는 가슴이 미어질 듯 아픈 그런 과거 말입니다.

 

인간의 용서는 항상 그림자가 드리워진다는 사실을 당신은 아는지요. 용서했노라고, 다 지난 일이라고, 당신 앞에서 호탕하게 웃어보이지만 실상은 제 마음에 담았던 푸른 멍울이 뒤돌아 서면 금세 보름달처럼 환하게 떠오르더군요. 당신도 그러했겠지요. 정녕 잊었노라, 용서했노라 했던 우리의 말은 아침 닭이 울기 전에 이미 상처만 더 키운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용서는 다만 허공에 뿌린 빈말로 남겨둔 채.

 

아, '친절함'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나 개념은, '용서'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어쩌면 이렇게도 작고 편협한 것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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