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가 쓴 <인간 실격>이라는 소설이 있다. 제목처럼 꽤나 충격적인 내용의 소설이다. 나는 아마도 대학시절쯤에 이 책을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때 별 감흥도 없이 이 책을 읽었다. '아,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구나'하는 정도로 가벼이 읽었었고, 그때 나는 인간에 대한 신뢰보다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강했던 시기였으니만큼 <인간 실격>의 주인공 '오바 요조'가 느꼈던 인간에 대한 지극한 공포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며칠 전 그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다들 아시겠지만 요즘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1위 자리를 오르내리는 한 사람 때문이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것은 그의 행위에 동조하는, 김영오 씨의 단식과 단식 중단을 조롱하는 많은 글들이 트위터에 난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참으로 썩은 내가 풍기는 '인간 결격자'들의 세상에 살고 있는 셈이다.

 

혹자는 이들을 두고 인간성이나 도덕성이 결여된, 말하자면 잘못된 인성의 소유자쯤으로 치부한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되어도 한참이나 잘못된 판단이다. 인성의 결여는 그들도 한 사람의 인격체라는 사실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적어도 <인간 실격>의 주인공 오바 요조는 인간의 실체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된, 인간의 허위와 기만에 적응하지 못한 '인간 실격자'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들은 오바 요조보다 못한, '인간 실격자'라기보다는 오히려 '인간 결격자'라는 표현에 어울리는 자들일 뿐이다.

 

말하자면 그들은 인간으로서의 자격조차 없는, 인간의 자격 조건이 결여된 '인간 결격자'라는 말이다. 그들의 행위는 인간에 대한, 삶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본인 스스로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그것을 마치 자신의 신념인 양 떠벌리고 있는 것이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이 그들에게 어울릴지 모른다. 세상을 모르는, 인간에 대해 무지한, 도덕심이나 배려심은 눈곱만치도 없는 하룻강아지는 자신의 방종조차 신념이라고 우기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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