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있었던 알제리와 우리나라의 월드컵 예선 경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더군요. 그것은 주로 어느 일간지나 방송에서 들었던 전문가의 분석에 자신의 의견을 조금 덧칠한 것에 불과하지만 이야기를 하는 당사자들은 모두 과하다 싶을 정도의 감정을 분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벌개진 얼굴로 침을 튀겨 가며 누군가를 비난하는 모습은 과히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었습니다.

 

나는 월드컵 대표선수들에게 그닥 기대도 하지 않았고 경기 결과에 큰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선수들이 지기를 바란 것은 물론 아니었죠. 다만 어떤 선수가 참가했는지도 모를 뿐만 아니라 경기도 보지 않았으니 이렇다 저렇다 논평할 꺼리가 없었을 뿐입니다.

 

세계 무대에서 우리나라 스포츠의 위상이 지금처럼 높아진 것도 따지고 보면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닙니다. 올림픽에서 태극기를 달고 첫 금메달을 딴 것도 1976년의 일이었으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언제부턴가 우리는 승리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 시작한 듯합니다. 당연히 이길 것이라 예상했던 경기에서 졌을 때의 낭패감이나 모멸감은 곧바로 누군가에 대한 분노로 이어지게 마련이지요. 더구나 알제리전과 같은 졸전을 본 후에는 그런 마음이 더욱 강하게 들었겠지요.

 

나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제는 조금 더 현명해져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축구와 같은 국가 대항전에서의 승리나 올림픽의 금메달 획득이 무에 그리 중요한지 냉정하게 생각할 수는 없을까요? 승리했을 때의 기쁨은 잠깐입니다. 국민 전체의 행복을 증가시키는 것도 아니지요. 기껏해야 조금의 위로, 잠시 잠깐의 기쁨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지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엘리트 스포츠에 그 많은 돈을 쏟아부음으로써 자살률 1위, 고아 수출국 2위, 교통 사고 사망율 OECD 1위 등 온갖 불편한 진실들을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 대회에 출전하고 싶은 사람은 자비로 출전하게 함으로써 지든 이기든 그 사람의 열정을 존중하고 열렬한 박수를 보내주는 게 국민 정서나 국가 경제를 위해 훨씬 더 값진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엘리트 교육에 매몰된 대한민국의 정서는 약자와 패자에 대한 비난 일색으로 변질되었습니다. 반면 승자는 모든 권력과 존경을 독식하게 되었지요. 그런 까닭에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은 국민 모두를 계몽해야 할 대상으로 밖에는 생각하지 않는 듯합니다. 자신들은 모두 승자이고 마땅히 존경과 대우를 받아야 하는 사람쯤으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약자와 패자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세상, 누구의 도움에 기대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그런 세상은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정녕 꿈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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