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세월호 희생자 합동 분향소를 다녀왔습니다.
간간이 비가 내렸고, 짙어가는 어둠 저편으로 바람이 불었습니다. 뚝 떨어진 기온만큼이나 스산한 날씨였습니다. 분향소 안을 떠돌던 무기력과 슬픔이 돌아서는 내 어깨에 천 근의 무게로 내려앉았습니다. 아무것도 할 게 없다는 무력감이 짙어가는 어둠 속에서 바닷물처럼 차올랐습니다.
차창 밖으로 이팝나무 가로수가 비를 맞으며 크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찬물에 만 밥알갱이들처럼 푸스스 흩어지는 이팝나무꽃이 어찌나 쓸쓸해 보이던지요. 예년 같으면 나는 그 꽃을 보며 찬란한 5월을 준비하고 있었겠지요. 그러나 올해는 달라도 너무 다르군요. 처음인 듯 생경한 느낌. 흐르는 세월이 언젠가 이 모든 것들을 잊게 하고, 권력과 탐욕에 찌든 사람들도 언젠가는 백기를 들겠지만, 그 과정을 겪는 우리에게 세월은 참으로 더디게 흘러가는 것만 같습니다.
어찌어찌 마음을 다잡아보려 했던 최근 며칠의 노력이 무위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제단에 피어오르던 향냄새와 수북이 쌓여만 가던 국화꽃이 머릿속에서 파도처럼 일렁입니다. 살다 보면 별의별일을 다 겪게 마련이지만 생과사의 갈림길에 서면 모든 게 다 헛된 것처럼 허허로운 느낌만 가득합니다. 지나친 감상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허방을 짚은 듯 나를 꼿꼿이 세울 수가 없군요.
한 일도 없이 오전이 다 흘렀습니다.
어제부터 시작된 두통이 머릿속을 콕콕 찌르는 듯 헤집고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