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비테의 공부의 즐거움 - 아이와 함께 읽어야 더 효과적인 자녀교육 바이블
칼 비테 지음, 남은숙 옮김 / 베이직북스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 대학생들과 대화를 할 기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우리나라 교육에 대해 비관적인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이것은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 교육의 실상은 우리나라의 교육 이념인 홍익인간의 정신을 구현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국가에서 그렇게 부르짖는 전인교육과도 상당한 거리감을 느끼게 됩니다.  가끔 나는 그들에게 고등학교까지의 학교 생활이 행복했느냐? 물어 볼 때가 있습니다.  우문(愚問)이지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마치 '불행한 수재(秀才)나 불행한 둔재(鈍才)' 중 어느 하나에 속하는 듯 보입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아이를 키우는 아비의 마음에서 여간 안타까운 게 아닙니다.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가 오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공교육의 무용론이라도 주장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교육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을 비판하려는 게 아닙니다.  제도와 시스템이 잘못되었다는 것이죠.  학교에서 밤 10시, 11시까지 붙잡아 둔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지옥도 그보다 더한 지옥이 없지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구요?  그런 논리로 우리나라 교육은 지금까지 버텨온 것일 뿐입니다.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 하에서 공부의 즐거움을 제대로 깨달을 수 있는 학생이 과연 있는지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칼 비테의 공부의 즐거움>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을 말해보려 합니다.  조기교육과 영재교육에 관심이 있는 학부모라면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는 책일 것입니다.  부연하자면 이 책은 미숙아로 목에 탯줄을 감고 태어난 칼 비테 주니어가 자신의 아버지인 칼 비테 목사의 철저한 교육에 의해 천재로 자라나게 된 그의 경험과 아버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기록한 책입니다.        

 

"아버지는 모두가 저능아라고 말한 나를 교육시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때 아버지의 심적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조기교육이 오히려 아이의 지능발달을 해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아버지는 자신만의 방법과 신념이 옳다는 것을 증명해 냈고 마침내 사람들의 찬사와 인정을 받았다."    (p.59)

 

1800년에 태어난 Jr. 칼 비테는 8세 때 이미 호머, 키케로 등 어른에게도 어려운 고전, 철학책을 독파했으며, 9세 무렵, 6개 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등 그의 천재성을 인정받아 라이프치히 대학의 입학허가증을 받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는 13세 땐 기젠 대학으로부터 철학박사의 학위를 수여받았고, 5년 후 그는 이탈리아로 유학, 피렌체에 머물며 법학을 연구하는 한편 <단테의 오해>라는 유명한 책을 저술했으며 83세로 생애를 마감할 때까지 여러 대학에서 법학 강의를 계속했다고 합니다.

 

칼 비테 목사는 유아기의 언어 교육과 식단에 특히나 많은 신경을 썼던 듯합니다.  예컨대 우리가 흔히 쓰는 맘마, 멍멍이 등 유아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고 사투리도 금했으며, 세 살 이전에는 고기도 먹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곡물과 야채, 과일을 위주로 식단을 짰으며 운동을 중요시 여겨 생후 15일부터 운동을 시켰다고 하니 그 정성이 놀랍기만 합니다.

 

"현재 많은 부모들이 어린 자녀를 가르칠 때, 종종 완전한 표준어가 아닌 말이나 지극히 유아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그리고 아이가 자신의 말을 따라하면 즐거워한다.  하지만 이는 아이를 자신의 장난감으로 삼는 부모들의 크나큰 실수이다."    (p.66~p.67)

 

칼 비테 목사의 교육 방침 대부분이 익히 알고 있었거나 수긍이 가는 것이었지만 그렇지 않았던 것들도 있었습니다.  이를 테면 규칙적인 습관이나 놀이를 통한 학습, 배움의 즐거움과 성실함, 자신감과 겸손, 용기와 신념, 사랑의 중요성과 올바른 인간관계 등 인성과 학습을 함께 배양하려 했던 점은 본받을 만한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말을 하지 못하는 아기에게 시를 읊어주거나 노래를 불러주는 등 일찍부터 체계적으로 정성을 다했던 점도 좋았습니다.  반면에 아기의 손과 발을 냉수로 씻겼다는 부분에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했고, 어린 나이에 대학에 보냈던 것도 과연 옳은 일이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게다가 도시 생활을 하는 현대인이 아이들과 함께 식물을 관찰하며 이름뿐 아니라 그 효능까지 가르쳐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참고로 칼 비테 목사의 8대 공부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법칙 1 공부가 잘 되는 환경을 만들어라. 

법칙 2 공부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법칙 3 배움을 즐겁게 유도하라.
법칙 4 학습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라.
법칙 5 잘 노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
법칙 6 반복암기법에 효과가 있다.
법칙 7 공부에도 리듬이 필요하다.
법칙 8 공부하는 내용과 과목을 적절히 바꿔주는 교차학습법.

 

이 책은 칼 비테 주니어가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일화들을 회상하면서 그 당시에 자신이 느꼈던 기분이나 생각은 어땠는지, 아버지와의 갈등은 어떻게 해소했는지에 대하여 에피소드 형식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기가 아버지가 되어 아들을 키우는 지금의 입장에서 어떤 느낌인지 말하고 있습니다.  책의 중간중간에는 자신을 키우며 육아일기를 꼼꼼히 기록하였던 칼 비테 목사의 일기도 인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느꼈던 제 생각은 따로 있습니다.  큰 틀에서 아이의 인생을 계획하는 것이 자녀 교육의 으뜸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인생 전체로 볼 때 아이의 행복이 다른 무엇보다 앞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때로 눈 앞의 결과에 집착하여 아이의 행복을 무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우리가 아이를 가르치는 동기와 목적은 아이가 자신의 인생을 행복하게 살도록 하기 위함이 아닐까요?  부모가 그 순수한 동기를 잊지 않는다면 아이는 결코 후회하지 않는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 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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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lph 2014-03-19 12:17   좋아요 0 | URL
인생에서 "행복하다는 것"이 과연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는 의문입니다. 행복한 돼지라느 말도있듯이..

꼼쥐 2014-03-20 13:43   좋아요 0 | URL
아이가 자신의 인생을 얼마나 만족하게 생각하느냐, 또는 순간순간 얼마나 즐거움과 기쁨을 맛볼 수 있느냐에 따라 행복하다고 느끼는 정도는 달라지겠지요. 물론 이것은 행복을 정의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의 삶보다는 미래의 삶에 대한 기대를 크게 가질 수 있다면 현재가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죠.

Ralph 2014-03-22 14:54   좋아요 0 | URL
달콤한 사탕에 취하여 행복감을 느낄 수도 있고.. 구린내 나는 치즈를 만끽하면 느끼는 행복감도 있을 것 입니다. 그렇다면 고통과 행복이 크게 다르지않을 수도 있지않을 까요..

꼼쥐 2014-03-26 14:13   좋아요 0 | URL
그렇겠지요. 자신의 상황에서 만족할 수만 있다면 고통도 행복처럼 느낄 수 있겠지요. 문제는 어떻게 느끼느냐일 테고, 교육이 그것에 집중할 수만 있다면 지금의 상황보다는 많이 좋아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