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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을 잡아라 - 모든 기획자를 위한 닌텐도식 아이디어 정리법
다마키 신이치로 지음, 이랑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턴가 우리는 '컨셉(concept- 정확한 외래어 표기로는 콘셉트)'이라는 단어를 일상어처럼 쓰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처음에는 마케팅이나 기획, 또는 디자인 계통에서 그들만의 전문용어로 쓰였음직한 이 단어가 요즘에는 어떤 상황에서건 무시로 쓰이고 있다. 마치 과학용어인 DNA가 일상어처럼 쓰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다마키 신이치로는 '컨셉이란 세상을 보다 좋게 바꾸는 동시에 당신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 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나는 이것도 다분히 자의적인 정의라고 이해한다. 사실 말이란 어떤 상황에서 쓰이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닌텐도 Wii를 직접 기획했던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다년간의 연구를 통해 깨달았던 컨셉의 힘과 영향력에 대해 이 책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어쩌면 이 책의 필요성은 업무 연관성이 있는 독자에게 한정될지도 모른다. 어떤 필요에 의하지 않으면 가독력도 떨어지고,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어떤 깨달음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독자로서의 내가 리뷰를 쓰고자 하는 이유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컨셉의 위력을 이 책을 통하여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컨셉은 어디에서든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게임기를 만들려는 회사는 물론 당신이 시작하려고 마음먹은 어느 곳에서도 컨셉이 필요합니다. 컨셉은 다양한 현장에서 출발점에 서 있는 사람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죠. 이를테면 혁신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려는 사람, 새로운 회사를 세워서 사업 방향을 잡으려는 사람,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은 사람, 좋은 아이디어를 내보라는 상사의 요구에 막막한 사람 등." (p.11~12)
이 책에서 저자는 좋은 컨셉을 만들기 위한 준비 도구로 종이와 펜, 함께 생각할 좋은 동료들을 들고 있다. 저자는 방에서 혼자 즐기던 게임을 가족들이 함께하는 거실로 이끌어내는 획기적인 컨셉을 세움으로써 닌텐도 Wii를 전세계적인 히트 상품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 이면에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고 그들의 need에 맞추려고 했던 저자의 노력이 한몫했다. 제품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우리는 간혹 자신만의 아집과 편견에 빠져 결국에는 처참한 실패로 마감하는 사례를 종종 본다.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도 이와 다르지 않다. 컨셉 워크란 결국 타인을 이해함으로써 내게 속한 아집을 조금씩 지워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타인을 바꾸는 것은 법칙, 과거, 사회 구조를 바꾸는 것보다는 간단하고 실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타인을 바꾸는 것 역시 힘들다. 타인이라는 표현 속에는 언제나 경쟁사라는 개념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업계가 나쁘다, 경쟁사가 너무 강하다, 라고 한탄하는 일은 쉽지만 실제로 업계나 경쟁사를 바꾸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지 상상이 갈 것이다." (p.244)
저자는 우리가 컨셉을 잡기 위한 다섯 단계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첫째, 경쟁사의 부러운 점, 우리 회사의 부족한 점, 업계에 대한 불만 늘어놓기.
둘째, 동료들이 발언한 불만사항 중에 숨겨진 정보나 생각을 끌어내 불만을 최대화할 것.
셋째, 지금까지 나온 불만과 생각들을 비슷한 주제들로 묶어서 그룹화할 것.
넷째, 그룹들 중에 우리가 나아가고 싶은 방향으로 화살표를 그릴 것.
다섯 째, 나아가고 싶은 방향(원하는 컨셉)의 사이사이에 문제점은 없는지 다시 한 번 불만과 불안감을 정리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
우리가 어떤 일의 시작 단계에서 하는 컨셉 워크란 결국 타인을 이해하고,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는 일일 것이다. 타인의 불만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자세가 어찌 컨셉 워크에서만 필요하겠는가. 우리의 삶을 성공으로 이끄는 것도 결국에는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