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소리란 소리는 몽땅 빨아들이는 청소기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생각할 때가 있다.

온갖 난무하는 말과 소음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오직 침묵의 세상을 하루쯤 맞고 싶은 것이다.  혼탁한 소리들을 우주 밖으로 멀리 쏟아낸 침묵의 지구.  아, 생각만으로도 나는 가슴이 뛴다.  지구의 살아있는 표정과 살결을 소리에 현혹되지 않은 순수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다.

 

소리가 없어진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죄를 뉘우칠 것이며, 마음과 마음으로 통하는 그 따뜻한 느낌에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동할 것인가.  자연의 일부로 되돌아가는 순수 인간의 모습은 그 얼마나 아름다울지...  얼굴에 드러나는 갖가지 추상들, 이를테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호기심 가득한 놀란 표정과 반가움 가득한 잔잔한 미소와 공포에 떠는 듯한 움츠러든 모습과 내게 실망스러워하는 공허들, 사람들은 침묵 속에서 펼쳐지는 그 아름다움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가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느낄 수 있을까?

 

하늘을 배경삼은 나무들과 풍요로운 햇살과 부유하는 먼지들까지, 움직이는 모든 것들의 아름다움을, 오직 고요 속에서만 들려오는 우주의 소리를 침묵하는 지구 위에서 생생하게 느껴보고 싶다.  단 하루만이라도 끙끙 앓는 지구의 신음에서 해방되고 싶다.  말이 너무 많은 요즘, 세상의 말과 소음을 소리도 없이 빨아들이는 청소기 하나쯤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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