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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바꾸는 책읽기 - 아이 때문에 고민하는 엄마들을 위한 독서 해법
박민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7월
평점 :
아파트가 보편화된 우리나라의 주거문화에서 어느 집을 방문하더라도 비슷하다고 느끼는 공간이 있다. 거실이 바로 그렇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부터 여기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는 가정의 대부분은 부모의 학식이 높고, 아이의 교육에 관심이 많다는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다. 거실의 전면에 커다란 TV 수상기가 놓이고 그 반대편에 소파가 배치된 전형적인 구조에서 요즘은 TV가 있던 벽면에 책장을 꾸미고, 소파 대신에 가족들이 모여 편안히 책을 읽거나 대화를 할 수 있도록 긴 테이블과 의자가 놓인다. 그런 집에서는 대부분 숫제 TV가 없거나 있더라도 부모가 생활하는 안방에만 한 대 놓여 있을 뿐이다.
이러한 변화는 TV의 유해성을 잘 설명하고 있다. 가뜩이나 맞벌이가 보편화된 요즘, 늦게 귀가하는 부모를 기다리며 멍하니 TV를 보는 풍경은 그리 낯선 것도 아니지만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그 아이들을 생각할 때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일수록 책읽기와는 영영 멀어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컴퓨터 게임에 광적으로 몰입한다. 내 주변의 지인들 중에서도 자신의 아이가 게임 중독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얘기를 요즘 들어 자주 듣게 된다.
"커다란 텔레비전이 시도 때도 없이 틀어져 있는 집에서 아이가 책에 집중하기란 하늘의 별을 따기보다 어려운 일이다. 책읽기와 텔레비전 시청은 양립하기 어렵다. 나는 자주 책과 텔레비전을 밥과 마약, 현미밥과 사탕에 비유하곤 한다. 타고난 생리상 둘 중 하나는 집에서 퇴출되어야 한다. 물론 짐을 싸서 나갈 녀석은 마땅히 텔레비전 쪽이다." (p.164)
헬로스마일 소아청소년 심리센터 박민근 원장은 이 책『아이를 바꾸는 책읽기』에서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론'에 입각하여 아이들의 책읽기에 대한 다양한 대처법과 부모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10년간 수천 명의 아이들을 상담하고, 마음이 아픈 아이들을 책으로 치료한 경험이 있는 저자는 자신이 행한 '독서치료'의 경험을 사례로 들어 가며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상황에 맞는 적절한 처방전을 제공하는 셈이다.
아이들의 공부와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 IQ는 전적으로 유전적 영향이 강하다고 나는 믿는다. 물론 과학적 증거는 미약하다고 주장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주장일 뿐 실제와는 많이 다르다. 자랑 같지만 내 주변만 보더라도 나의 형제자매는 다들 공부를 잘했었고, 조카들과 내 아이도 공부를 잘하는 편이다. 뿐만 아니라 학창시절 공부를 잘했던 친구들의 자식들도 대부분 공부를 잘한다. 그러나 다중지능 이론에 따르면 이것은 단지 여러 능력 중 하나일 뿐이고, 소위 말하는 '성공'의 보증수표는 될 수 없다. 어쩌면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삶의 방향성과 목표의식, 인내력과 상황 대처능력일지도 모른다. 결국 공부를 잘할 수 있는 능력은 그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하지만 성공을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저자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점도 독서의 효능과 부모의 역할이다. 주지하는 것처럼 독서에서 우리는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사람과의 관계를 배우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마음을 치유하는 효능을 경험하게 된다. 이처럼 독서의 효용과 유용성에 대하여 누구나 다 인정하는 바이지만 정작 아이들에게 독서애호감을 심어주는 것과 올바른 독서습관을 유지하는 문제 및 독후활동은 부모의 관심과 참여가 선행되지 않으면 전혀 가능하지 않다. 저자는 이 점을 반복하여 강조하고 있다.
급격한 기술의 발달로 요즘 아이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지만 그 지식을 활용하는 실행능력에 있어서는 미약하기 짝이 없다. 그 이유에 대하여 저자는 피상적 지식의 습득 및 놀이문화의 실종, 자연과의 멀어짐 등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들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랄 수밖에 없는 요즘 아이들은 여러 유형의 양상으로 문제점을 드러낸다. 소아우울증을 앓는 아이, 불안한 아이, 스트레스가 심한 아이, 예민한 아이, 학교 가기 싫어하는 아이, 안 좋은 생활습관을 가진 아이 등. 저자는 각각의 아이들에게 맞는 책을 선정하여 읽히고, 상담을 통하여 아이들과 대화함으로써 아이들 스스로 치유되는 과정을 사례를 통하여 보여주고 있다. 독서의 치유능력은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개선시키는 것은 물론 아이들 스스로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는 인류 최악의 발명품은 '스마트폰'이라고 믿고 있다. 스마트폰은 연령을 구분하지 않고 아이들의 영혼을 잠식한다. 마치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가 전 세게로 퍼져나가는 것처럼 말이다. 오죽하면 스마트폰의 부가적인 기능을 모두 빼고 전화 송,수신과 문자메시지 송,수신 기능만을 지원하는 피처폰이 '고3폰'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을까.
"그런데 아이들이 흔히 접하는 동영상이나 스마트폰은 초점성 주의력은 발달시키지 않은 채, 이미 충분히 형성되어 있는 반응성 주의력만 강화할 뿐이다. 최근 아이들의 주의집중력이 크게 떨어지고, ADHD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증가하는 현실은 스크린미디어 사용시간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p.198)
이 책의 제목은 『아이를 바꾸는 책읽기』이지만 자신의 아이를 올바르게 키우고 싶은 부모들을 위한 교육 지침서이자, 독서 안내서이다. '나쁜 부모는 있어도 나쁜 아이는 없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나는 비록 아이와 떨어져 살며 아이의 교육을 전적으로 아내에게 의존하고 있지만 잊지 않고 실천하는 게 한 가지 있다. 매일 전화를 걸어 아이와 대화하는 일이다. 나는 아이가 요즘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어떤 일에 관심이 있는지, 오늘은 무엇을 하며 지냈는지 묻고 또 묻는다. 자식은 부모의 말을 듣고 자라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그림자를 보고 자란다고 한다. 나는 비록 멀리 떨어져 아이의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그 보이지 않는 시간에도 열심히 책을 읽는다. 아이는 결국 부모의 관심을 먹고 자라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