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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한 권의 책 - 나는 그 책을 끝까지 읽고 싶다
이해욱.김성심 지음 / 두베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살다 보면 별의별 일을 다 겪게 마련이지만, 어떤 일은 시작애 앞서 자신이 예측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로 끝을 맺는 경우가 종종 있다. 때로는 쉽게 끝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일이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해 흐지부지 되는 수도 있고, 도저히 끝을 볼 수 없는 일인 듯 싶어 하다가 적당한 선에서 그만두어야지 하고 생각했던 일이 오히려 끝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마치 누군가의 손에 이끌리기라도 한 것처럼 자신도 모르게 일을 끝내게 되었을 때의 어리둥절함이란...
이럴 때 우리는 '내 그럴 줄 알았지'하는 비아냥을 들을 수도 있고, '와! 정말 대단하다'는 칭찬의 말을 들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평가가 다소 억울할 수도 있고 '이게 이렇게까지 칭찬을 받을 만한 일인가?'하는 의구심을 품을 수도 있다. 돌이켜 보면 나도 '보통사람'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지라 그런 일들을 수도 없이 겪었다. 예컨대 내가 아침마다 운동을 하는 것이라던가, 틈만 나면 책을 읽는 것이라던가 하는 일들은 괜한 칭찬을 듣는가 하면 담배를 끊겠다고 호언장담했다가 며칠도 지나지 않아 백기를 들고는 쏟아지는 비아냥을 감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까닭에 나는 누군가의 성취에 대해 크게 부러워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실패에 대해 크게 비난하지도 않는다.(내가 너무 인색한가? 아니면 무덤덤하거나) 가령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에베레스트 14좌 완등릉 했을 때에도 그저 무덤덤했었다. 어쩌면 그도 처음에는 다 오를 생각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어찌어찌 하다 보니 그저 다 올랐을 뿐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그렇더라도 그가 이룬 엄청난 성취가 저평가되거나 가치 절하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해욱, 김성심 부부가 쓴『세계는 한 권의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약간의 부러움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아, 이들도 어찌어찌하다 보니 그 엄청난 일을 해냈겠구나'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렇다고 일부러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부부는 은퇴 하면 함께 여행을 떠나자는 약속을 했고, 은퇴한 지 3개월 만에 배낭을 메고 유럽으로 떠났다고 한다. 여기까지 들으면 별것이 없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니까.(아무나 못하는 일이라고? 그럴 수도...) 유럽에 이어 중남미 지역의 모든 나라를 돌았고, 해외여행에 어느 정도 자신이 붙은 부부는 전 세계를 돌아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태평양의 많은 섬국가를 부부가 함께 여행하였고, 자녀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해욱(남편)은 단신으로 아프리카의 오지 국가와 중남미의 가이아나를 다녀옴으로써 전 세계 모든 독립국가 여행을 마쳤다고 한다.
정부가 여행을 금지했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를 제외한 189개국과 UN 가입국은 아니지만 국제사회에서 독립국가로 인정한 3개국(바티칸시국, 코소보, 팔레스타인)을 여행함으로써 192개국의 여행을 마쳤고 그는 한국기록원으로부터 '세계 모든 나라 땅 밟은 첫 한국인'으로 인증도 받았다고 한다. '은퇴 생활의 롤 모델' 1위에 뽑히기도 했다는 이해욱,김성심 부부의 여행기가 바로 이 책 <세계는 한 권의 책-나는 그 책을 끝까지 읽고 싶다>이다.
"외국을 이웃집 드나들 듯하는 오늘날이지만 그럼에도 세계여행은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도 꿈같은 이야기로 들린다. 간혹 장기 계획으로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젊고 진취적인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니 일선에서 물러선 은퇴자들에게 세계여행은 정말 꿈같은 일일 수밖에 없다. 은퇴 3개월 후 나는 아내와 함께 생애 첫 배낭여행에 나섰다. 그리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전 세계 독립국가 여행이라는 목표를 이뤄냈다. 이것은 평생 간직하고 살았던 여행의 꿈 그리고 나와 같은 꿈을 꾸며 평생 함께한 아내 덕분이다." (p.9)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이루어지는 일들이 더러 있다. 구체적인 게획을 세워 끝까지 밀어부쳐야만 이뤄지는 일들도 있고, 운이 좋아서(정말로 운이 좋아서) 생각지도 않게 이뤄지는 일들도 있다. 아무려면 어떤가. 이 세상을 살다 갔다는 작은 흔적이라도 남길 수 있다면.
그나저나 이제 휴가철도 멀지 않았는데 환율이 올라 해외여행은 비용이 많이 들겠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