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의 힘 - 반복되는 행동이 만드는 극적인 변화
찰스 두히그 지음, 강주헌 옮김 / 갤리온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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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모든 것이 분명해지곤 한다.

그 나이 또래에는 세상에 대한 편견이 지금의 내 나이에 비해 턱없이 적었다는 애기일 수도 있다.  게다가 몸에 착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습관이나 가치관은 아직 형성도 되지 않던 시기였으니 사람에 대한 편견도 있을 리 없었다.  세상은 오직 기분 좋은 것과 그렇지 못한 것, 맘에 드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또는 예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등 몇 가지 범주 안에 다 쑤셔넣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고, 세상 경험이 늘어나면서 어렸을 때의 기준으로는 도저히 가려낼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아졌다.  그때에 비하면 세상도 조금쯤 달라졌겠지만 그보다는 내 자신의 변화가 주요 원인이지 싶다.

 

세상을 바라보는 잣대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아마도 열이면 열 똑 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지 않을까?  세상에 대한 평가 기준이 되는 가치관이나 세계관이 오직 개인의 지식 수준이나 성장 배경 등에서 비롯된 지적 영역으로 한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어쩌면 편협하고 단편적인 추론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몸에 자신도 모르게 체득된 습관이야말로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인의 호불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나는 오늘 습관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습관에 대해 쓴 책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 유난히 나의 눈길을 끌었던 책은 이소무라 다케시의<이중세뇌>와 최근에 발간된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이다.  다분히 주관적인 견해이지만 이 두 권의 책은 상호 보완적인 면도 있고, 습관을 주제로 한 다른 어떤 책보다도 설득력이 있다.  오래 전에 읽었던 <이중세뇌>는 간단하게 리뷰를 올렸었다.( http://blog.aladin.co.kr/760404134/4875257)  <이중세뇌>가 습관의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어떤 강박이나 집착에 의해 자신의 의지가 금세 꺾이고 마는 마음의 함정, 즉 의존증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반면 <습관의 힘>은 습관의 형성 과정에 있어 그것이 어떻게 저장되고 발현되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두 책이 서로 상호 보완적이라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습관의 힘>이 주로 신체적(주로 뇌)인 면을 다루고 있다면 <이중세뇌>는 주로 의지와 관련된 정신적 측면을 다루기 때문이다.

 

이 책 <습관의 힘>을 쓴 찰스 두히그는 하버드 MBA 출신의 뉴욕타임스 심층보도 전문기자라고 한다.  저자의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습관이 형성되고 발현되는 원리를 이해하면 좀처럼 변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습관도 쉽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우리의 습관은 '신호'와 '반복행동', 그리고 '보상'으로 이루어지며, 이렇게 체득된 행동 덩어리들은 뇌의 기저핵(basal ganglia)에 저장된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저장된 행동 덩어리들을 뇌는 단순히 그때 그때의 상황에 맞게 선택하여 주고 실행만 명령할 뿐 행동 과정에서는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습관이 형성되는 이유는 우리 뇌가 활동을 절약할 방법을 끊임없이 찾기 때문이다.  어떤 자극도 주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두면 뇌는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거의 모든 일을 무차별적으로 습관으로 전환시키려고 할 것이다.  습관이 뇌에게 휴식할 시간을 주기 때문이다.  뇌가 활동을 절약하려는 본능은 우리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한다.  뇌가 효율적이면 그만큼 뇌에 필요한 공간이 줄어들고, 따라서 머리 크기도 작아질 수 있다."    (p.39)

 

저자는 일련의 습관 고리에서 특히 '반복행동'에 주목하고 있다.  어떤 신호에 의해 주어진 '반복행동'은 물질적인 보상이나 칭찬, 자기만족 등과 같은 감정적인 대가에 의해 습관으로 고착화하는데 우리가 신호를 의식함으로써 지금까지 길들여진 '반복행동'을 쉽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외로울 때마다 술을 마신 사람이 있다면 '외롭다'는 신호를 인식했을 때 술을 마시던 '반복행동'을 비슷하거나 동일한 보상이 주어지는 다른 '반복행동'을 함으로써 습관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또한 습관 고리에 관여하는 정신적 요소로서 '열망'(craving)을 꼽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듯 집착이나 열망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아무튼 이러한 습관 고리의 순환을 통하여 형성된 패턴화 되고 정형화 된 습관을 '반복행동'만 바꿔줌으로써 습관의 변화를 꾀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미 저장된 행동 덩어리(습관)들이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언제든지 다시 발현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저자는 변화에 대한 확신과 습관의 변화가 자신의 삶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는 강한 믿음이 있어야만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또한 개인의 습관을 확장하여 기업과 사회에 있어 작은 습관의 변화가 얼마나 큰 결과를 가져다 주는지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습관을 바꾸겠다는 결심이 먼저 있어야 한다.  습관의 반복행동을 유도하는 신호와 보상을 알아내고, 대안을 찾으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 통제수단이 있다는 걸 깨닫고, 그 통제수단을 의식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에서 나는 습관의 통제가 가능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p.372)

 

그렇다.  자신이 갖고 있는 나쁜 습관을 인식하고 좋은 습관으로 바꾸려는 노력은 그 결심이 없다면 애초부터 가능하지 않다.  저자는 이러한 노력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힘들거나 어렵지 않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개인이든 기업이든 성공과 실패의 이면에는 핵심 습관이 있게 마련이다.  자기도 모르게 체득된 나쁜 습관을 버리고 운동이나 독서 등 좋은 습관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뇌는 일단 저장된 습관을 어떤 가치 판단에 준하여 실행을 금하거나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가꾸겠다는 원대한 꿈이 없다면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의 구별조차 어렵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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