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한번은 프라하를 만나라 - 천 년의 세월을 간직한 예술의 도시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김규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을 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자신이 읽었던 책에 따라, 또는 그날 그날의 감정에 따라 자신의 글은 천차만별로 다르게 씌어진다는 것을.  간혹 본인 스스로도 놀랄 때가 있다.  어떻게 이 작은 체구에 그렇게 많은 감정들이 숨어 있었을까? 하고 말이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는 게 사실이다.  이렇게 많은 감정들이 있으니 그때 그때마다 적당한 감정을 찾아내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생각에.  그럴라치면 누군가 내 감정의 지도를 그려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바라게 된다.  배낭여행자들이라면 누구나 <론리 플래닛>을 참고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일생에 한번은 프라하를 만나라>를 읽었다.

 

여행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책에 빼곡히 적힌 낯선 지명과 인명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라는 것은 어차피 필요에 따라 읽히는 법이지만 동유럽의 낯선 지명은 입에 착착 달라붙는 것도 아니어서 우리에게 조금은 익숙한 영어권의 지명에 비해 조금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규진 한국외대 교수는 1990년 여름에 프라하를 방문한 이래 금년까지 25번 이상을 다녀왔다고 하니 그에게는 모래알처럼 따로 노는 그 이름들이 낯설지는 않을 터이지만 말이다.

 

"오늘날 프라하 국립미술관은 체코와 중부유럽의 고대와 중세의 미술을 전시하는 성 아그네스 수녀원, 바로크와 고전주의 미술을 전시하는 슈테른베르크 궁전, 바로크 미술을 전시하는 슈바르첸베르크 궁전, 19세기 보헤미아 미술을 중점적으로 전시하는 성 게오르크 수도원, 근현대 미술 중에서도 체코 큐비즘을 전시하는 검은 성모마리아의 집인 입체주의 미술관, 20세기와 21세기 미술을 전시하는 킨스키 궁전 등 일곱 곳의 전시관으로 이루어진다."    (p.69)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음악과 문학의 숨결이 살아 있는 프라하', 2부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 보헤미아', 3부 '도시마다 색다른 매력을 감춘 모라바와 슬레스코'가 그것이다.  체코에 대해 내가 아는 상식은 극히 미약하다.  지금은 체코 시민권이 박탈된 밀란 쿤데라의 출생지라는 것, 일생 동안 프라하에 살면서 많은 작품을 썼던 카프카, 교향곡 <신세계>를 작곡한 드보르자크의 출생지라는 것, 그리고 영화 <프라하의 봄> 등 내가 아는 것들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단편적인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보여주는 프라하의 속살은 더없이 달콤하고 매혹적인 것이었다.  유럽 심장부의 보석, 모든 도시들의 어머니, 황금의 도시, 에로틱의 도시, 매혹의 도시 등 프라하를 이르는 수많은 수식어는 단지 먼 이국땅으로서의 한 나라로만 여겨지던 체코의 이미지를 단숨에 바꿔놓았다.  마치 살아 숨쉬는 아름다운 여인과 같은 체코는 방문객 누구나 그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는 듯 보였다.  일단 한번 체코의 아름다운 자연과 잘 보존된 문화유산에 흠뻑 취해본 방문객이라면 그 마성의 매력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듯하다.

 

"브레츨라프를 벗어나 레드니체 발티체로 가는 길에 붉은 벽돌로 된 네오고딕 양식의 아담한 교회가 눈길을 끈다.  성모마리아 방문 교회로, 리히텐슈타인 가문이 세운 것이다.  다양한 채색 유리창이 화려한데, 원래 고딕 양식의 교회가 있던 자리에 200여 가지의 다양한 벽돌로 19세기 말에 만든 것이다."    (p.264)

 

체코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무한한 사랑을 품은 작가는 독자들에게 소개할 것들이 넘쳐나는 듯 보인다.  모르긴 몰라도 이 책이 발간되기 전에 작가가 썼던 초고는 이 책의 분량에 두 배 이상은 족히 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작가는 부족하다고 여겼을지 모른다.  체코의 역사와 문화, 그 속에 감추어진 전설과 다양한 먹거리, 관광객이라면 그냥 지나쳤을 법한 갖가지 풍습과 내력 등 작가가 들려주고 싶은 얘기는 끝이 없어 보인다.  이 책을 읽은 독자는 체코 현지인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갖게 되지 않을까?  머리는 조금 어지러워도.

 

그나저나 요즘 그곳에는 비가 너무 많이 내려 걱정이라는데 블타바 강이 넘쳐 프라하는 지금 황토빛 흙탕물에 잠기지나 않았는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