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추의 떡잎처럼

여름의 열기가 서서히

제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좋다, 싫다 선택도 못한 채

계절의 문턱을 넘고 있나 봅니다.

 

외출을 하여 어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무심코 바닥을 보았을 때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게 보였습니다.

두어 번을 망설이다 주워보니

50원짜리 동전이더군요.

 

언제 누군가의 주머니에서 떨어졌는지

그 내력을 알 수는 없지만

여러 대의 차에 밟혔는지

앞면은 숫제 뭉그러져 있었습니다.

 

나보다 먼저 다른 누군가의 눈에도 띄었을 텐데

우리는 이제 50원의 가치는

너무나 작고 하찮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나 않은지요?

조금은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는 1원짜리 동전도

소중하게 쓰이곤 했었죠.

무궁화 문양이 새겨진 작은 동전은

물 위에 올려놓아도 한동안 둥둥 떠있곤 했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50원짜리 동전이

단 한 번 허리를 굽히는 가치에도 못미치겠지만

제게는 물질적 가치를 넘어

회상의 매개체로서 소중한 시간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오늘 저는 50원이라는 횡재를 한 셈입니다만

어쩌면 그 이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야말로 운수 좋은 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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