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밤하늘에도 한 무리의 고마운 달빛이 쏟아집니다.
보름이 가까웠나 봅니다.
까마득한 기억의 과거가 또랑또랑 내 눈을 응시하는 듯하여 살짝 부끄러워집니다.
'잘 사느냐? 제대로 살고 있느냐?'
과거의 나는 그렇게 묻고 있습니다.
달빛 속에서의 이 우연한 만남.
그렇습니다.
시간의 길 위에서 돌부리에 걸린 듯한 이 우연이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대면하게 합니다.
떨어지는 별똥별을 향해
추수가 끝난 논바닥을 발이 젖는 줄도 모르고 달려가던,
얼기설기 엮은 수수깡 울 안에 앉아
비껴가는 겨울 칼바람에 외려 안온함을 느끼던,
저수지가 큰 외눈 천천히 닫아거는 그 저물녘에
조금 더 오래 머물러야 했음을
서둘러 어른이 된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아이의 눈은 오직 아이였을 때에만
아이의 귀는 오직 아이였을 때에만
아이의 심장은 오직 아이였을 때에만
그 순결의 밤을 지킬 수 있음을
어른이 된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보름이 가까웠는지
무료한 달빛이 어제의 고요를 깨우고 있습니다.
한 민족과 한 국가가 성숙하기까지는 숱한 시련과 반성, 그리고 성찰(省察)의 교훈이
퇴적(堆積)되어야 한다. - A.J. 토인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