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블로그 방문을 자제했더니 내 블로그인데도 어쩐지 낯설다.  그닥 쓸 게 없어서 대학시절에 썼던 시(또는 낙서) 한 편을 올린다.  감수성이 예민했던 시기인지라 지금 읽으면 손발이 오그라들고 닭살이 돋는다.

 

사랑을 보내며

받았던 사랑을
돌려드립니다
당신께 있었던 사랑이
내게 와서
잠시나마 행복했습니다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는
아쉬움은 없습니다
외려 짧아서 짜릿했고
그만큼 강렬했습니다

당신의 사랑을
곱게 포장하는 이 순간
주인을 찾아가는
당신의 마음이
패랭이꽃처럼 가녀리고
슬퍼 보입니다

있을 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보내려는 이제사
참으로 고운 모습인줄
알았습니다

미안합니다
그 고운 사랑이
내게 와서 잠시
천덕꾸러기로 지냈습니다
뜰앞의 화분처럼
잘 가꾸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무심한 사람이라
타박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제가 그런 사람인줄
진즉에 알았더라면
제게 당신의 사랑을
보내지 않았을까요?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당신의 사랑을 탐내어
철없이 꾀어낸
제 탓입니다

오늘
주인을 찾아 떠나는
당신의 사랑을
잘 받았노라
기별을 주시렵니까?

제 안타까운 미련이

발목을 잡습니다
그러지 마세요
잘 지내라는 인사도
하지마세요

당신은 예쁜 사람
당신의 사랑이
당신의 빈 가슴에 찾아들면
깨끗이 잊었노라
처음부터 제게 
보내지 않았었노라
생각하세요

해거름에 둥지를 찾는
새떼처럼
당신의 사랑이
당신을 찾아 떠납니다

영영 이별인줄 알지만은
차마 그 뒷모습을
보지 못합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당신의 마음 한곁에
저와 보낸 세월을
같이 보내지 못한 것입니다

그 시간은 제 가슴에 화인(火印)처럼 남아
두고두고
철없던 청춘을 질책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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