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곁에는 언제나 책 한 권이 놓인다
계절을 앞서 바람이 불고
잎새 사이로 잔설처럼 햇살이 쌓인다
오후의 공원벤치엔 어느 사진의 배경을 닮은
노인의 굽은 등이 붙박힌 듯 하염없고
낱글자가 돋아나는 햇살을 천천히 넘긴다
대열을 이룬 개미가 느릅나무 기둥을 오른다
'아, 저들도 무엇을 찾는구나!'
하나의 흐트러짐도 없이
무엇을 향해 가는 묵묵한 발걸음
가는 계절은 또 오면 그뿐
돌아 앉은 노인과 대열을 이룬 개미는
결국
잡히지 않는 바람으로 이 가을의 배경이 된다
입자 속으로 낱글자가 사라진다
네 이름을 그예 붙이면
어제와 같은 그날, 네가 웃던 그 시간에
지금과 같은 배경으로 남을 수 있을까
두려움 곁엔 언제나 한 권의 책이 놓인다
<오늘 오후 공원 벤치에서 책을 읽었다. 아주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