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는 아니고 아주 가끔 미안할 때가 있다.
혼자 엘리베이터를 탈 때,
홀로 있는 빈 집에서 에어콘을 켤 때,
제 손으로 키우는 곡식도 없으면서 과한 밥상을 받을 때,
제 한 몸 건강하자고 온 산을 황폐하게 할 때, 또는 내 발 밑에서
의식하지 못한 순간 죽어가는 많은 생물들을 생각할 때,
순간순간 쓰레기를 만들 때,
적은 액수의 월급봉투를 아내에게 내밀며 힘들다고
엄살을 떨 때,
멀쩡한 옷도 많은데 유행만 좇아 눈이 멀 때,
기아에 허덕이는 지구인들을 보면서 모닝커피를 마실 때,
또는
약자의 억울함을 못 본 척 눈 감을 때, 혹은 분노하지 않고 외면할 때,
사랑이 중하다면서 냉정하게 돌아설 때,
과한 욕심으로 시간만 허비할 때,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나는 이럴 때,
생각할수록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을 때,
마이크를 잡고 머리 숙여 대 우주인 사과라도 해야 할까?
따지고 보면
사는 게 말할 수 없이 죄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