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아침부터 간간이 내리는 눈.  새해 첫날의 서설이다.

작년 이맘 때쯤, '한 해를 살아내기 보다는 살아가게 하소서'하고 바랬다.

지나고 나면 성긴 추억이 한 줌 서릿발처럼 밟힌다.  실제로 지나온 시간 같지가 않다.

 

새벽부터 이어지던 휴대폰 문자음에 잠을 설쳤다.

어제와 오늘이 그닥 달라진 것도 없는데 이런 날이면 왠지 습관처럼 의미를 부여한다.

아이처럼 유치해지지 않으면 삶은 그저 밋밋할 뿐이다.

무뎌진 마음결에 새로이 무늬를 되새기는 날.  오늘은 그런 날이어야 한다.

닭살이 돋고 손발이 오글거려도.

 

아들과 함께 도서관을 찾았다.

평소의 주말이라면 도서관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시끌벅적할 시간.  한산하다.

빈 자리가 오히려 자연스러운, '정숙'이라는 시간이 얼어붙은, 휑한 공간에 책장 넘기는 소리만 가끔 메아리처럼 들린다.

 

새로 장만한 2012년 다이어리에 없는 스케쥴도 몇 가지 적어 놓아야 할 듯한 압박감.

대체로 차분할 것.  서두르지 말 것.

그리고...

 

눈발이 굵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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