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비친 우리의 초상
조한욱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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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중동의 봄'으로 평가되는 反월가 시위가 한달 이상 지속되고 있다.
9월 17일 월가에서 시작된 시위는 대서양을 넘어 영국 런던 등 유럽을 지나 마침내 전 세계적으로 폭발했다.  10월 15일에는 최근 재정 위기로 신용등급 하락을 겪은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무려 10만명이 모였고, 일본 도쿄, 브라질,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전 세계 1500여 도시서 금융탐욕에 분노하는 시위가 이어졌다고 한다.  서울에서도 반월가시위가 열렸다.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여의도를 점령하라-금융수탈 1%에 저항하는 99%’라는 이름으로 국제 연대 집회가 열렸고, 오후 6시에는 이와 별도로 ‘99% 공동행동준비회의’가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서울을 점거하라 국제 공동 행동의 날’ 집회가 열렸었다.

들불처럼 번지는 이번 시위가 과연 언제쯤, 어떤 모습으로 끝나게 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쉽게 사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이번 시위의 이면에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추진한 레이거노믹스가 그 시발점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시장에 대한 국가 개입을 반대하고 시장의 자유로운 흐름을 중요시하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개인의 탐욕을 극대화하고 약자에 대한 배려는 눈곱만치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개개인은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정글의 법칙'에 내동댕이쳐진 것과 다를 바 없는 처지가 되었다.  AP통신이 미 의회예산국이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기사만 보아도 미국의 상위 1% 부자들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몫이 지난 30년간 갑절로 늘었다고 한다.  혹자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부의 분배가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사회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부자들만이 아니며 사회 구성원 모두에 기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기에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무자비한 탐욕은 강제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억제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 책은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가 2010년 11월부터 『한겨레신문』에 ‘조한욱과 서양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칼럼들에 살을 붙여 펴낸 것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서양 역사 속의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고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인 여러 사건을 반추하고 있다.  이 책의 구성은 총 7장이며 제1장 탐욕, 제2장 위선과 기만, 제3장 강압, 제4장 차별, 제5장 배신, 제6장 몽매, 제7장 분노가 각 장의 소제목이다.

개인이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품게 되는 소망, 열정, 소명의식 등의 가치가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 고난을 꿋꿋이 참아내게 하듯이,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강물은 소용돌이 속에서도 바다를 향한 그리움을 멈추지 않는다.  어쩌면 일 개인을 좌절하게 하는 것은 그에게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를 멍들게 하고 사회 전체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나의 사건으로 촉발된 집단지성의 발현은 인류의 역사를 다시 흐르게 하지 않던가.  그런 확고한 신념이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인류를 구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물꼬를 틀 것이라 믿는다.  역사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결국 진보를 향한 인류의 발걸음이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탐욕에 찬 쥐는 결국 덫에 걸려 죽지 않던가!

"우리가 말뿐인 민주주의가 아니라 실제로 민주주의 체제 속에서 살려는 것을 꿈꾼다면, 우리의 세계가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에겐 그렇게 만들 능력이 있다.  바로 그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상식을 갖춘 사람들에게 우리의 세계를 위탁할  표를 우리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투표소로 나가야 하고, 엄정하게 참정권을 행사해야 할 가장 큰 이유다."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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