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것은 커다란 말뚝에 자신의 몸을 고무줄로 묶고 자신이 앞쪽이라고 믿는 방향을 향해 전력으로 내닫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자신의 줄이 그 말뚝에 꽁꽁 묶여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오직 앞을 향해 내닫는 일에만 몰두할 뿐 언젠가 자신의 한계에 도달하면 고무줄의 탄성에 의해 자신이 출발했던 지점으로 되돌아 갈 수밖에 없음을 모르는 듯하다.  그렇게 내동댕이쳐지듯 말뚝을 향해 되돌아 올 때 사람들은 그제야 남보다 빨리 달린다는 것이 무의미했었음을 깨닫는다.

 
나는 내게 허락된 고무줄의 길이를 알지 못하지만 혹시 '이게 끝이 아닐까?'하는 의심으로 늘 조심하곤 한다.  남들처럼 허무하게 제자리로 되돌아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아주 가끔은 고무줄의 끝이 어딜까 하는 호기심에 한껏 내달리고 싶은 적도 있었지만, 마침내 그 끝에 이르러 내 몸을 옭죌 고통을 생각할 때, 그리고 고통 속에서 한계에 다다른 자의 절망을 생각할 때, 오히려 내게 주어진 범위 내에서 유유자적하는 편이 훨씬 낫겠다며 마음을 고쳐먹는다.

 
어쩌면 내게 허락된 고무줄의 끝은 시지프스의 신화에 나오는 높은 바위산의 꼭대기일 수도 있고, 그 능선까지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내 능력으로 다다를 수 있는 한계에 이르고 싶은 생각은 눈꼽만치도 없다.  남들은 나를 일러 패배주의자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지극히 낙천주의자요, 내게 주어진 에덴 동산에서 허락된 시간을 맘껏 즐기고 싶은 자유주의자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다만, 나 자신을 긍정하는 만큼, 나를 묶어 둔 신에 대해 조금도 원망하지 않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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