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들과의 점심 식사 시간에 나누었던 대화의 주제는 단연 수해 소식이었다.
내가 있는 이곳은 다행히도 비가 오는 둥 마는 둥 하다 그쳤지만 어찌나 습도가 높은지 숨을 들이 쉴 때마다 후끈한 열기와 함께 기도를 타고 흐르는 물줄기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이러다가는 내 허파꽈리가 물풍선이 되는 것은 아닐지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오늘도 여전히 후텁지근한 날씨에 불쾌지수는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을 듯싶다.
그나마 대한민국 곳곳이 물난리로 떠들썩한데 이곳은 평온하기 이를 데 없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동료들은 자신의 지인들로부터 전해 들은 전국 각지의 이런저런 수해 소식을 약간의 과장을 섞어가며 역사 활극을 선뵈는 듯 자신의 말과 행동에 시선을 잡아두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역시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아픔은 한낱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는가보다.  예로부터 흔히 재미있는 '3대 구경거리'를 꼽으라 하면 불구경, 물 구경, 싸움 구경을 들지 않던가.

내가 그들의 말을 들으며 놀랐던 것은 우면산의 산사태와 강남 지역의 물난리를 전하는 대목에서였다.
잘못 들었던 것인지는 몰라도 부자 동네의 수해 소식에 은근히 고소해 하거나 잘된 일인 양 간간이 웃음을 섞어가며시끌벅쩍 떠드는 작태가 영 눈에 거슬렸다.  어떤 모습으로 살건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 아니던가.  그들의 축재 과정이 어떠했건 간에 동 시대에 그것도 같은 나라에 사는 사람의 재난을 안타까워 하지 않는다면 그는 이미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이 아닐까?

나는 서둘러 점심을 마치고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하늘은 여전히 어둡고 물기 머금은 공기는 답답한 가슴을 더욱 숨막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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