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송뽀송 마른 옷을 입는 것까지는 좋은데 어찌나 더운지 옷을 입고 십 분도 지나지 않아 몸에 척척  감기는 느낌은 참기 어렵다.  남들보다 땀을 덜 흘리는 내가 이러니 살집이 있는 사람들은 오죽하랴.  한낮의 햇빛은 뜨겁다 못해 따갑다.  긴 장마 뒤에 온 더위는 그야말로 찜통이다.  오후 들어 아스팔트 도로는 절절 끓고, 뙤약볕 아래 세워 둔 자동차의 문을 열면 후끈한 열기가 한증막을 방불케 한다.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를 뚫고 퇴근을 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저만치 기울어가는 태양은 마지막 열기를 내뿜으며 지면을 달구는데 숙소로 향하는 길이 어찌나 멀어 뵈던지...  등을 타고 흐르는 굵은 땀방울이 졸라맨 허리띠를 넘지 못하고 바지며 셔츠를 축축히 적셨다.  시큼한 땀냄새가 걸을 때마다 가슴을 타고 올라와 코를 자극했다.  이 땡볕에 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천천히 걷자니 땀은 비오듯 흐르고...  오늘따라 신호등을 기다리는 시간도 왜 그리 길던지...

숙소에 도착하니 부지런한 아이들이 현관문 앞에 옹기종기 모여 나를 기다리고 있다.
시원하게 샤워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참는 수밖에.  찝찝한 기분을 억지로 누르고 수업을 시작하려니 선풍기 하나로는 사람의 열기로 후끈 달궈진 방안 공기를 식히기 어려웠다.  아이들 성화에 에어컨을 켰다.  올 들어 처음 켜보는 에어컨 소리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중학생 아이들은 내가 내준 수학 문제를 풀면 곧 집으로 갈 것이다.
연이어 고등학생들이 들이닥칠테고 10시까지는 꼬박 자리를 지켜야 한다.  질문이라도 많은 날이면 더 늦어질지도 모르지만 아이들이 방학을 한 탓에 어제부터는 그나마 일찍 수업을 마친다.  방학임에도 보충수업을 받으러 여전히 학교에 오가는 아이들은 무에 그리 좋은지 혹서의 고통은 아랑곳 않고 연신 싱글벙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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