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깅을 처음 시작한 것도 벌써 만 2년이 다 되어간다.
얼리 어답터라기 보다는 슬로우 어답터에 가까운 내가 온라인 상의 작은 공간에 터를 잡고, 일상에서 벌어진 일들을 글로 옮기는 것에서부터 읽었던 책의 느낌을 기록하거나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을 두서없이 끄적거리는 것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잊고 살았을 많은 것들을 놓치지 않고 모아 놓았다는 느낌이 든다.   수많은 사람들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들락거리는 인터넷 공간에 글을 올리는 것은 때로는 의무감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마치 골동품에 취미를 붙인 사람이 별 가치도 없어 보이는 쇠붙이에도 눈길을 주고는 끝내 그것을 구매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처럼  새로운 방문객의 시선을 의식해 가치도 없는 글을 급조하여 올려야만 안심이 되는 것이다.

지금은 어느 정도 초보 블로거의 딱지는 뗀 듯 보이지만 여전히 초보 티를 벗지 못하는 것들도 많이 남아 있다.  사진의 편집이나 글의 구성만 보아도 그렇다.  그런 까닭에 가급적 사진이 들어간 글은 자제하고 있다.  남들이 보기에 한심하기 그지없는 모습이다.  그만큼 블로깅을 했으면 달인 소리는 듣지 못해도 남들 하는 만큼은 쫓아가야 하거늘 처음이나 지금이나 별반 나아진 게 없으니 말이다.  아무튼 기계치에 가까운 내게는 넘지 못할 벽임에 틀림없다.

기술적인 문제는 그렇다 치더라도 생각이나 마음의 깊이가 좀체 나아지지 않는 것을 보면 내가 생각해도 구제불능이다.  원체 유약한 성격인 나로선 처음 블로그를 할 때만 해도 평소 가깝게 지내던 블로거가 어느 날 갑자기 블로그를 폐쇄하고 보이지 않으면 한동안 마음이 싱숭생숭 하여 블로그에 접속조차 하기 싫었던 적도 있었다.  혹은 거의 매일 거르지 않고 방문하던 블로거가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아니면 내가 뭐 잘못한 일이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오만 걱정을 하기도 했었다.

지금에 와 생각해 보면 블로그 세상도 우리네 현실 세계와 그닥 다르지 않은 듯하다.
서로 얼굴을 보지도 못하였고, 나이도 짐작만 할 뿐이지만 성격이 통하는 사람이 있고 자연스레 멀어지는 사람도 있는가 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내가 블로그를 하면서 세상의 시름을 잊고 다른 블로거를 통하여 위로를 받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처음에 각별히 지내던 블로거 중에는 지금은 다른 사이트로 옮겨갔거나 아예 블로깅을 작파한 사람도 더러 있지만 지금은 나도 그분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직업이 없던 사람이 새로운 직업을 구했거나, 사업이 번창하여 바빠졌다거나, 능력을 인정받아 두루두루 바빠졌을 거라고.

나와 같이 블로그를 시작한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 가끔 그리울 때가 있지만 새로운 블로거가 그 자리를 어느새 메우고 있음을 발견할 때, 만나고 또 헤어지는 어길 수 없는 자연의 이치를 생각하곤 한다.  거꾸로 흐르지 않는 세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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