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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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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던가.
논어의 첫머리에 나오는 이 말은 생각할수록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배우고 익히는 것은 어쩌면 세상의 모든 동물에게 본능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생존을 위하여, 또는 ’안다는 것’에 무한한 경배를 드리며 자신도 그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채로...

이 책은 베르베르가 열네 살 때부터 30년 이상을 비밀스럽게 기록해온 글들로 스스로 떠올린 영감들,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들, 발상과 관점을 뒤집게 하는 사건들, 생각을 요구하는 수수께끼와 미스터리, 인간과 세계에 대한 베르베르의 독특한 해석 등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묘한 지식과 잠언, 일화, 단상 등 383편을 담은 책은 국어사전만큼이나 두께가 만만치 않다.

어렸을 때 쓴 일기장을 뒤적이다 보면 가끔 놀랄 때가 있다.  내가 그 나이에 벌써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새삼 놀랍고 때로는 그 기발함에 무릎을 치기도 한다.   비록 내 기억 속에는 그때의 기억이 사라졌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감탄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나 자신을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럴 때마다 시간의 연속선상에 더 많은 기록을 남기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곤 한다. 

언제부턴가 나는 공교육을 담당하는 학교는 언젠가 우리들 앞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상상을 하곤 한다.  지금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너무나 방대하고, 그 분야도 아주 작은 부분으로 쪼개어져서 일반적인 지식을 뭉뚱그려 가르치는 공교육은 점차 존립 가치를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가 사라진다면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지식을 스스로 습득하고, 자신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검증받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는 여전히 좋은 스승도 필요하고, 다양한 학습자료도 필요하겠지만, 학생들은 자신에게 맞는 스승이나 자료들을 학교라는 틀에서처럼 일방적으로 배정받지는 않을 것이다.  역사는 무한히 반복된다고 하지 않던가.  학교라고 예외일 리는 없다.  언젠가 학교가 사라지고 개인교사가 그 자리를 한동안 대신하게 될 것이라는 내 상상은 작가의 상상만큼이나 생뚱맞은 것인지도 모른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개인의 학습에는 무엇보다 기록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처럼 자신만의 사전을 쓰는 일은 지극히 사적인 행위이면서도 동시에 전 인류적인 지적 성장의 한 부분이 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가끔 꼬맹이들의 엉뚱한 말과 행동에 놀랄 때가 있다.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시(詩)이고, 과학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우리는 그 생경함에 놀라 아이들을 꾸짖게 된다.  칭찬을 들어 마땅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은 미래 교육의 좋은 선례를 보는 듯하다.
비록 작가 자신이 기록했던 연도나 그때의 나이를 밝히지 않아 개인이 지적성장을 이루는 추이를 가늠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쉽기는 하지만, 작가도 자라면서 자신의 관심분야가 축소되고 심화되는 과정을 거쳤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잡다하고 별 필요도 없어 보이는 지식을 기록하다가 점차 어느 누구도 생각지 못한 기발한 것을 발견하고 기쁨에 들떠 떨리는 손으로 써내려가는 나만의 사전.  그것이 진정한 배움이고 배우고 익히는 것의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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