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감기가 오려는지 목이 칼칼하고 식욕이 없다.
몸이 욱신욱신 쑤신다.
무겁게 짓누르는 피로감에 시간이 몇 배는 천천히 흐르는 듯하다.
얼굴이 화끈거려 찬물에 세수를 했다.  그래도 여전히 머리는 무겁고 가슴은 답답하다.
명절 연휴 동안 평소의 규칙적인 리듬이 깨진 탓인지 온 몸의 에너지가 방출된 느낌이다.
마치 태엽이 풀린 장난감처럼 금방이라도 작동을 멈추고 `푸르륵’ 꺼져버릴 것만 같다.

나의 감각이 예민하게 되살아나기만을 기다리며 멍한 시선으로 한동안 창밖을 응시했다.
잔뜩 찌푸린 하늘과 어깨를 웅크린 채 종종걸음을 치는 행인들. 
어디 아프냐며 걱정스레 묻는 동료에게 약간의 감기 기운이 있나보다고 대답하며 별것 아니라는 듯 멋적게 웃었다.  물 묻은 솜처럼 무거워진 몸을 간신히 추스리며 자리에 앉았다.
금방이라도 내 몸은 땅을 뚫고 가라앉을 것만 같다.

`조퇴라도 해야 하나?  아니면 병원에라도 다녀와야 할까?’
다들 바쁘게 움직이는 업무시간에 나의 시간만 홀로 유리방에 갇힌 듯 꼼짝을 하지 않는다.
하릴없이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참 오랫만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누구보다 싫어하는 내 성격상 꾀를 부리거나 엄살을 떠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가뜩이나 퇴근 후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도 곱지 않은 시선인 듯한데 그 일로 업무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말까지 듣는다면 그도 견디기 힘든 노릇이었다.

임시변통으로 사무실 근처의 약국에 들렀다.
알약과 함께 쌍화탕 한 병을 들이켰다.
빈속에 삼킨 약이 위벽을 훑고 지날 때마다 헛구역질이 났다.
`퇴근 시간까지는 좋아져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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