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오늘은 너의 아홉 번째 생일!
2011년이 시작될 때,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는 것으로 한해를 시작하고 싶었단다.
그런데 20여일이나 훌쩍 지난 지금에서야 네게 편지를 쓰게 되었구나.
네게 생일 축하 메일을 보내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단다.
너와 함께 보냈던 소중한 추억들, 그리고 너와 떨어져 살고 있는 현실의 안타까움 등 생각이 끝도 없이 이어져 일이 손에 잡히지 않더구나.
평일에 너와 함께 지내지 못하는 미안함을 이 한통의 편지로 상쇄할 수 있다고는 믿지 않지만 너를 늘 가슴 한켠에 두고 있다는 변명 아닌 변명이라도 내보이면 내게는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듯도 싶었단다. 이런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제 초등 2학년이 되는 네게는 아마 어려운 일이겠지?
아들아
2주 전 일요일이었지.
습관처럼 분당의 한 대형서점에 들러 책을 읽는데 너의 엄마가 내게 밖에서 차 한 잔 하자고 하더구나. 네게 양해를 구하고 우리는 서점 밖으로 나갔었지. 바람도 불고 몹시 추운 날이었잖니? 서점 안에 혼자 남은 너도 걱정되고 날씨도 추웠던지라 우리는 근처의 커피숍으로 향했단다. 너의 엄마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던 나는 무슨 말을 듣게 될지 은근히 불안하더구나. 차마 너 앞에서는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꺼내며 눈물을 보이던 네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가슴이 아팠단다. 떨어져 살며 육아의 책임을 전적으로 너의 엄마에게 일임했던 나는 참 무책임한 가장이었단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네게 다시 돌아왔을 때 너는 <사람은 누구나 평등해요>라는 제목의 책을 읽고 있더구나.
아들아
세상에서 가장 비싼 사치품이 시간이라는 말을 그렇게 절절히 느꼈던 적이 없었단다.
너와 함께 보내지 못한 많은 시간들, 그리고 공유할 수 없는 추억들...
나는 너를 통하여 지금껏 배우지 못했던 사랑을 뒤늦은 나이에 배우고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헤어질 때마다 번번이 눈물을 흘리던 네 모습을 생각하면 그 순수한 마음이 저리도록 느껴지곤 한단다.
그리고 약한 몸으로 너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네 엄마의 고충을 들었을 때 그간 공감하지 못하고 마음으로 보듬지 못했던 내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웠던지...
아들아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렴.
나도 하지 못하는 것을 네게 말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지만, 그래서 더욱 너는 그렇게 살았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구나.
더불어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네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했으면 좋겠구나.
어려서부터 나는 그 소중한 것을 배우지 못하며 자랐었단다.
살아가면서 정작 필요한 것은 네 나이 때에 모두 배우는 것인데도 말이지.
나이가 들어서는 어색하고 쑥스러워 자신을 변화시키기 어려운 법이란다.
행복은 가장 가까운 곳에, 바로 지금 이 자리에 있음을 꼭 기억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