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 - 법정 스님이 추천하는 이 시대에 꼭 읽어야 할 50권
문학의숲 편집부 엮음 / 문학의숲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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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는 저자에게는 말할 것도 없으려니와 책을 읽는 독자들도 그가 읽는 책의 종류에 따라 그 사람의 색깔이 드러나고 자신만의 향기를 내뿜는 듯하다.
어느 집을 방문하더라도 현관을 열고 들어설 때 맡을 수 있는 독특한 향기에서 집주인의 취향과 인격을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듯 책에도 그런 향기가 있다는 말이다.

지난 해 3월 법정스님이 열반에 드신 이후 나는 스님의 추천 도서를 읽었다.
어떤 주제를 갖고 독서를 해본 적이 없는 내게는 특별한 일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그저 손에 잡히는대로 읽고, 읽다가 마음에 내키지 않으면 미련없이 책을 덮는 무계획의 독서로 일관했던 내가 스님의 추천 도서를 한 권 한 권 읽어보자 결심했던 것은 나로서도 알 수 없는 어떤 인연의 끌림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문학의숲 편집부에서 엮은 이 책에는 스님께서 언급한 50권의 책을 간추리고 있다.
각각의 책에 대한 소개와 요약, 그리고 짤막짤막한 인용문은 작년 한 해 동안 내가 읽었던 책들을 다시 정리하고 되새기게 하는 좋은 기회였다.
읽었던 책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개중에는 어제 읽은 듯 환히 떠오르는 책이 있는가 하면 기억도 가물가물한 책도 더러 있었고, 다시 읽고 싶은 책이 있는가 하면 조금 읽었다는 경험만으로 자족하고 싶은 책도 있었다.  그렇게 한 권 한 권을 다시 정리하는 과정에서 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영혼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다 같이 바라는 행복은 온갖 생각을 내려놓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바라볼 시간을 갖는 데서 움이 튼다.  우리가 이 순간을 사람답게 살 수 있다면 그 안에 행복은 깃들어 있다.  무엇에 쫓기듯 살아서는 안 된다.  영혼이 미처 따라올 수 없도록 급하게 살아서는 안 된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한 잠재력을 묵혀 두지 말고 마음껏 발휘해서 세상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P.100)

사실 스님께서 언급한 책이 어찌 이 50권에 그치겠는가.
이 책을 기획한 분들의 고민도 깊었을 것이다.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 책의 선정 기준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개인과 공동체가 어떤 삶, 어떤 사회를 지향해야 하며 그 기준과 방향을 정하는 데 어떤 책들을 읽어야 하는가였다고 한다.

"좋은 책은 세월이 결정한다.  읽을 때마다 새롭게 배울 수 있는 책, 잠든 내 영혼을 불러일으켜 삶의 의미와 기쁨을 안겨 주는 그런 책은 그 수명이 길다.  수많은 세월을 거쳐 지금도 책으로서 살아 숨 쉬는 동서양의 고전들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책을 가까이 하면서도 그 책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아무리 좋은 책일지라도 거기에 얽매이면 자신의 눈을 잃는다." (P.478)

사람이 책을 만들지만 책은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 않던가.
신묘년 새해가 밝은 지 벌써 3일이 지났다.
내가 올해들어 처음으로 읽었던 이 책을 통하여 나는 지난 해 내가 읽었던 책들을 정리하고 그 배움을 갈무리한다.
책에 읽히지 않고 책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스님의 말씀을 따라 금년에도 내 손에 새로이 들어올 책과의 소중한 인연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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