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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배우는 작은 학교 - 독일의 성자 안젤름 신부의
안젤름 그륀 지음, 이미옥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책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우리의 영혼이 자연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것이다.
시는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 보이는 잔잔한 호수와 같다면 수필은 계곡을 타고 졸졸졸 흐르는 맑은 시냇물과 같다.
그런가 하면 소설은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와 같아서 금방이라도 커다란 배를 집어삼킬 듯한 격정이 그 속에 있다.
또는, 철학은 깊고 어두운 심층의 바다를 유영하는 느낌이 든다.
역사는 묵묵히 말이 없는 바위와 같으며, 종교는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닮아있다.
물론 나만의 생각이다. 이런 느낌과 딱 들어맞는 책을 읽노라면 은근한 기쁨을 감출 수 없다.
얼마 전에 그륀 신부님의 또 다른 책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를 읽었을 때의 느낌도 그랬다. 맑고 청아하게 흐르는 작은 시냇물의 느낌이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았다.
그륀 신부님은 이 책에서 삶에 존재하는 양면성과 두 개의 극단적 대립을 조절하여 균형있는 삶을 살아가는 데에는 연습과 금욕이 필요하고 그것을 일상에서 익힐 것을 주문하고 있다.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나는 기꺼이 `삶의 학교'로부터의 초청에 응한다.
수업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수업 - 가치(내 삶을 이끌어줄 나만의 별을 찾아서)
두 번째 수업 - 시간(시간은 나의 하루를 동행하는 천사이다)
세 번째 수업 - 태도(세상의 일부로 살아가되 지켜야 할 나만의 세계)
네 번째 수업 - 마음의 균형(건강한 삶은 막힘 없이 흐르는 강물과 같다)
다섯 번째 수업 - 책임(산다는 것은 상처를 진주로 바꾸는 것)
여섯 번째 수업 - 일하는 즐거움(일하며 땀 흘리는 즐거움, 일을 마친 뒤 휴식하는 즐거움)
일곱 번째 수업 - 존재(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의 당신이 아름다운 이유)
여덟 번째 수업 - 상처와 치유(괜찮습니다, 산다는 건 원래 그런 것이니까요)
아홉 번째 수업 - 평화(어떤 삶에서 기쁨을 누리는가)
열 번째 수업 - 자기애(마음 하나는 자신을 위해, 나머지 하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
열한 번째 수업 - 용기(두려움을 이해하는 사람은 지상 최고의 것을 배운 사람이다)
열두 번째 수업 - 행복(해시계처럼 살고, 아름다운 시간만 헤아려라)
열세 번째 수업 - 그리움(그리움이 있기에 지금보다 나은 내가 될 수 있다)
열네 번째 수업 - 사랑(살아갈 날들은 유한하지만 우리의 사랑은 끝이 없다)
마지막 수업 - 침묵(삶의 비밀을 들려주는 침묵의 가르침)
모든 수업을 마쳤다.
그러나 나는 `삶을 배우는 작은 학교'에서 졸업이 아닌 수료를 한 기분이다.
졸업 시험에서 보기 좋게 낙방하여 조만간 재수강을 하거나 이보다 더 작은 학교를 알아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우리가 지식이 부족하여, 영혼의 성숙도가 미치지 못하여 천상의 소리를 듣지 못할 때가 있다. 나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나보다 어린 학생들과 어울려, 삶의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시 배워야 할까보다.
"고요는 신의 비밀과 접촉하게 해주고 내 삶과 내 자신과 접촉하게 해준다. 그리고 고요는, 내가 완전하고, 순수하고 흠이 없는 공간으로, 신이 나에게 부여했던 장엄함이 빛나는 공간으로 나를 인도한다. 이곳이 바로 진정한 행복이 있는 곳이다." (P.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