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5일. 날씨 : 흐림(또는 우울함)
먹장구름이 낮게 내려앉은, 금방이라도 눈이 펑펑 내리고 나는 잠시 동안 가벼운 공포에 휩싸일 듯한 그런 날씨.
두 팔을 겨드랑이 밑에 깊이 묻고, 몸을 잔뜩 옹송그린 채, "날씨가 왜 이래?"하며 불평 섞인 말을 내뱉는 어느 여직원의 뒷모습.
이런 날씨는 커다란 창을 통하여 바라보던 우울한 기억 - 그것이 나의 아내와 관련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와의 기억인지 모호한 - 과 어두운 배경, 눈이 내릴지도 모른다는 미래형 시제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이게 한다.
과거와 미래가 뒤섞인 복합시제에 현재는 없다.
명절 연휴를 오래 쉬었던 탓인지 밀린 업무가 짓누른다.
`많다'는 것은 `'하지 않음' 또는 `체념'과 같은 말이다.
지난 주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 그야말로 핑계일 뿐이다 - 아내와 아들의 얼굴도 보지 못하였다.
9월에는 한 사이트에서 우수 블로거로 뽑혀 작은 선물을 받았고, 알라딘에서 신간 평가단이 되었고, 어느 서평 이벤트에 참가하여 책도 두어 권 받았다.
이런 소소한 변화가 내가 잊고 있는 현재를 자각하게 한다.
여전히 눈은 내리지 않고 - 눈이 오기에는 여전히 기온이 높다는 것을 알면서도 - 나는 촛점을 잃은 눈으로 과거와 미래를 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