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인 캐나다 - 순수한 열정으로 캐나다를 훔쳐버린 당찬 20인의 이야기
임선일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우리 모두는 탄생과 더불어 마음속에 작은 위성 안테나를 갖게 되나 보다.
그것을 통하여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가슴으로 듣고, 별과 하늘과 나무와 대화하고,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두려움 없이 걷게 되는가 보다. 
젊은 시절 안테나는 언제나 밖으로 향한다.  내가 아닌 네가 궁금하고, 내 나라가 아닌 낯선 나라에 살고 싶고, 내 삶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동경하고...
그러다 점차 나이가 들면 그 안테나의 방향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집과 가족에게로  향해 있었다.  밖에 나가도 집에 가고 싶고, 가족이 궁금하고...
내가 그랬다.  대학 시절 마음속 주파수가 이끄는 곳 호주를 향해 어학연수를 떠났었다.
사진으로만 겨우 보았던 그 먼 나라를 향해 떠날 때의 두려움.
그 두려움을 잠재운 것도 내 마음속 깊은 곳의 작은 울림이 아니었을까?

<20 in Canada>, 이 책은 마음속 위성 안테나의 가녀린 주파수에 의지해 캐나다로 떠났던 유학생과 그곳에 정착한 사람들, 그리고 산업 디자인을 공부하는 저자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자꾸만 어정쩡해지는 자신의 상태를 뛰어넘기 위해 캐나다로 향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또 떠나는 캐나다에 와서야 다양성과 열린 마음을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남부럽지 않을 열정과 뜨거운 도전정신을 가지고 캐나다에 갔지만, 해가 갈수록 얻는 것보다는 잃은 것에 집착하는 자신을 보면서 꿈을 잃어가는 것은 아닌지, 인생을 낭비하며 보내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 마음에 캐나다에서 뜨거운 열정으로 찬란한 꿈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희망과 용기를 얻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1년이 넘도록 캐나다에서 행복한 꿈을 꾸고,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면서 당차게 도전하는 사람들의 행복한 꿈 이야기를 듣고 싶었단다.
이 책은 그들과의 인터뷰를 대화 형식으로 기록하여 책으로 엮은 것이다.
십대에서부터 삼십대의 다양한 연령층의 여러 나라 사람들이 들려주는 자신의 꿈과 캐나다 적응기, 그리고 캐나다를 찾는 이방인들에게 들려주고픈 자신만의 노하우를 신세대의 어투로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화려한 사진과 함께.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 중에 캐나다 현지인 프랭크는 유독 눈길을 끈다.  그는 길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자유롭게 사는 캐나다인이다.
난 있잖아.  꿈을 가지고 이 나라에 와서 일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너무 멋있어 보여.  꿈을 위해서 자기 세상을 박차고 떠나온 사람들만 가지고 있는 형형한 빛 같은 게 있거든.  모두들 겉으로는 너처럼 피곤에 찌들어 비틀비틀거린다고 해도, 목표를 이야기할 때면 빛을 내뿜는 사람이 되곤 하는게 내 눈엔 너무 좋아 보였어.  뭐, 그 빛은 희망 때문에 반짝반짝 빛나는 걸 수도 있고 너무 절박해서 독기로 시퍼렇게 빛나는 걸 수도 있지만, 하하.
그래서 나도 이 땅을 박차고 다른 곳으로 나가려고 하는 거야.  네가 꿈을 이루기 위해 너희 나라를 떠나서 캐나다에 온 것처럼, 나도 내 꿈을 가지고 다른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p. 180)
삶의 도피처가 아닌,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젊은 날에 떠나는 낯선 곳에서의 생활은 이방인으로 겪게 되는 고단함과 실수 연발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잡게 될 것임을 나는 알고 있다.  
다만,언제나 그렇듯 삶에는 필요한 만큼의 비용이 따른다.
너무 부족해도, 지나치게 풍족해도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얼마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생활을 지속할 적당한 액수의 돈은 우리에게도, 낯선 나라의 그곳에서도 필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 필요한 비용을 스스로 계산하고, 떠나기 전에 자신의 노력으로 그 비용을 벌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그랬고, 나는 이국땅에서도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뜨거운 열정으로 떠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지 생활이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나 선택받은 사람들만 누리는 특권쯤으로 비춰져 그 가치와 필요성이 퇴색되는 일은 없어야겠다.
고등학교까지는 부모의 책임이라지만 대학생은 분명 자신의 인생을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성인이 아니겠는가.  무일푼으로도 떠날 수 있는 용기와 도전정신이 그들의 특권이고 삶의 시간대에서 그 시기에만 가능한 소중한 자산인 것이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잠시 젊었던 시절의 그 치열했던 경험을 아련한 추억으로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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