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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드혼 농장 이야기
핀드혼 공동체 지음, 조하선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은 지 이틀이나 지났는데 리뷰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나는 몹시 당혹스럽다.
리뷰보다 이 책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모르겠다.
판타지 소설인 듯도 하고, 신화나 전설인 듯도 하고, 신비주의 철학서인 듯도 하고, 유기농법을 다룬 농업서인 듯도 하고, 공동체를 다룬 사회과학서인 듯도 하다.
나는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 번 책을 잡으면 다 읽어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고집스런 나의 성격 탓에 어찌어찌 다 읽기는 했지만 책의 내용을 곰곰 되새겨 봐도 도무지 정리가 되지 않는다. 물질계에서만 살아온 내가 이 책에서 말하는 ’데바’나 ’자연령’, ’엘리멘탈’, ’폰’, ’판’과 같은 낯선 용어와 그 영혼계로부터 받은 메세지를 날짜별로 기록한 글을 읽으며 이것을 사실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니면 어느 정신병자의 황당한 이야기로 치부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 것이다. 이 책에 대한 <라이브러리 저널>의 서평을 인용해 보자.
"이 책에서 핀드혼 공동체의 설립자들과 그 멤버들은 수년 동안 자신들이 여러 자연령들과 접촉하게 된 경위와, 그 자연령들의 메시지를 통해 어떻게 채소, 과일, 꽃 등의 재배에 기적적인 결과를 얻게 되었는지를 묘사하고 있다.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웃어 넘길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은 각자의 자유이다. 아무튼 이 책은 놀랍고도 매우 다름다운 책이다."
1962년 11월의 어느 눈 내리던 날, 큰 호텔의 지배인이었던 피터는 캐러밴 트레일러(이동식 주택)를 몰고 스코틀랜드의 척박하고 황량한 땅 핀드혼으로 갔다. ’저렇게 황량한 곳에서, 또 저렇게 작은 캐러밴 속에서 산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야’라고 생각했던 피터는 그날부터 그곳에 정착하여 그 작은 캐러밴 속에서 여섯 명(피터, 아일린, 도로시, 아들 삼형제)이 7년 동안 살며 농장을 일구었다.
삶을 통해 아주 힘든 영적인 훈련을 받아 온 아내 아일린과 피터, 그리고 도로시는 모든 것을 신(내면의 안내자)께 맡기고 그들이 핀드혼에서 해나갈 일이 세상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그 인도를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도로시와 아일린은 ’데바’와 소통한 것을 기록하고 피터는 그 기록에 따라 농장을 꾸려나간다.
자갈과 모래로 이루어진 스코틀랜드의 척박한 땅에서 이탄과 잡초를 걷어내고, 말의 배설물과 짚단을 모아 퇴비를 만들고, 해안가에서 해초들을 따오고, 벌채장에서 나무재를 모으는 등 땅을 기름지게 하기 위하여 온갖 궂은 일을 다하였다. 이렇게 일군 땅에 채소와 버섯과 각종 허브와 과일나무를 심기까지 그리고 에상치 못한 풍성한 수확을 거두기까지 원예 분야에 문외한이었던 피터는 오직 데바와 자연령에 의지하여 그들의 지시와 안내에 따랐음을 기록하고 있다. 농장이 확대되고 핀드혼의 생산물이 타지역에 비해 월등한 품질임을 인정받게 되자 핀드혼 공동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점차 방문객도 증가했다.
그렇게 핀드혼 사람들은 식물을 재배하면서 배운 것을 그들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교육시키는 데 적용하게 되었다.
자신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던 핀드혼 농장의 초창기에 신의 인도에 따라 정신없이 농장을 가꾸는데 매달렸던 그들은 신의 분명한 계획과 의도가 자신들에게 내재했었다고 회고한다. 농장이 확대되면서 물리학과 화학을 연구하던 록이 합류하고, 영적이고 비교(秘敎)적인 주제를 다루는 강사이자 교육가로 활동하던 데이비드가 참여했다.
록은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시작하면 되는지 '판'에게 물었고 대답은 이렇다.
"위험을 피하기 위해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세요. '언젠가 신념이 충분히 강해진다면 당신들도 이렇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목적만을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일어날 것이다.' 그들에게 또 이렇게 말하세요. '내가 그랬던 것처럼 10년 동안 시골의 비교적 고립된 장소에 살라'라고. 자연령들과 통신하는 것은 할 일 없을 때 심심풀이로 하는 게임이 아닙니다. 나는 내 백성들에 대한 인간들의 경멸적이고 오만한 태도를 익히 보아 왔습니다. 그러한 인간들의 태도는 우리들의 존재를 믿지 않는 것보다도 더 나쁜 행위입니다. 그런 인간들로부터 일찌감치 떠나도록 하세요. 그리고 진실로 내 세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고 우리를 진정으로 만나보기 원하는 진실한 사람들과 만나도록 하세요."(P.214)
핀드혼의 원예가들은 에일린을 통한 신의 목소리에 의해 인도받고, 도로시를 통해 데바들과 이야기를 하고, 록을 통해 자연령들과, 데이비드를 통해 다른 차원의 실재들과 접촉하였다.
그러나 1974년 이후 록은 이 세상을 떠났고, 데이비드는 미국으로 돌아갔으며 원예 전문가 프레드 바턴이 새로 참여함으로써 자연령에 의존하던 초기 핀드혼 농장은 이제 인간의 창조 능력과 자연의 생명력에 의해 새로운 조화의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환경문제의 해결방안에 있어 균형 잡힌 환경의 유지뿐만 아니라 인간과 자연 사이의 영적인 관계 즉 ’의식’이라는 측면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이 책은 우리에게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어주고 있다.. 자연은 이용하고 착취해야 할 상품이나 지배해야 할 대상은 결코 아닌 것이다. 이 책에서는 자연의 모든 측면을 조정해 나가고 있는 정령이나 지성을 지닌 영적 존재, 자연의 신들을 미개한 문화에서 나오는 신화나 전설로 여기던 우리에게 이 신화에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숙한 나는 여전히 초월적인 실재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다.